1.

나에겐 ‘노래’ 하면 최백호다.

- 이기용이 묻고, 최백호가 답하다.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574호에 실린 기사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 최백호’를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밴드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이 이 시대의 탁월한 음악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2.

나에게 가수 최백호에 관한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디제이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선배 뮤지션이 해준 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아왔지만 넋을 놓고 그저 듣게 되는 경우는 최백호 외에 없었다.” 그 이후로도 몇 사람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던 터라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가수’ 하면 자연스레 나는 최백호가 떠오르게 되었다.

- 이기용(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3. 과연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듣는 이의 영혼 깊숙한 곳에 그의 목소리가 닿는 느낌이 든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의 계절이 내는 듯한 깊고 절절한 목소리.

4.

이기용 : 데뷔한 지 40년이 넘었다. 지금도 여전히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드나?

최백호 : 그렇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두 시간 정도 곡 작업을 하고 노래 연습을 한다.

5.

이기용 : 오랜 세월을 노래해왔는데도 아직까지 매일 연습하는 이유는 뭔가?

최백호 : 연습을 안 하면 소리가 달라진다. 매일 어느 정도 이상 연습을 해야 목소리가 유지된다.

6.

이기용 : 자신의 노래 중에 가장 몰입해서 부르는 노래는?

최백호 :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다. 1977년에 발표한 데뷔곡인데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를 때 느끼는 감정이 제일 깊다 어머니가 스무 살 무렵 10월 중순에 돌아가셨다. 아버님도 일찍 돌아가셔서 가난하게 살았는데, 그때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굉장히 힘들었다. 사흘을 울었다. 사흘 동안 의식 없이 눈물만 나더라. 그때 써놓았던 글이 가사가 됐다. 당시에 무명 작곡가였던 최종혁씨가 내가 가사를 쓴 노트를 보더니 자기가 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나에겐 운명 같은 노래다.

7.

이기용:40년 넘게 본인만의 가사를 써오고 있는데 가사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최백호:시인처럼 가사를 쓸 수는 없지만 시인의 자세로 가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8.

최백호는 히트곡 대부분을 작사 작곡해온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이다. 2010년대 들어서 아이유나 박주원 같은 젊은 뮤지션과도 꾸준히 작업하며 그의 음악적 면을 새롭게 해왔다. 그가 2012년에 발표한 앨범 〈다시 길 위에서〉는 전곡을 당대의 뛰어난 재즈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완성해 음악 신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정규 앨범 〈불혹〉을 발매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9.

이기용:요즘 젊은 음악인들과도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최백호:너무 쉬운 노래만 하자는 건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은 너무 어렵게 곡을 쓴다. 장식이 필요 이상 많다. 오래 남아 있는 노래를 하고 싶은 게 가수들의 다 같은 욕심인데 지금까지 사랑받는 노래들은 좋은 가사에 단순한 멜로디로 되어 있다는 점을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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