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절망적이다. 특히 젊은이에게 그렇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1996년의 20대와 올해 3만 달러에 이를 지금의 20대 중 어느 쪽이 더 미래에 희망을 걸고 있을까?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전자라고 대답했다.

먼저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가 급속히 벌어지고 있다. 이 격차는 통계적으로 생산성 증가율과 실질임금 증가율의 차이로 표현되는데 2005년에서 2012년까지 한국은 이 지표의 악화에서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출처:IMF). 2010년 세금 기준으로 한국의 상위 10%는 순자산의 66%를 가지고 있고, 하위 50%의 소유는 고작 1.7%이다. 이 자산의 80%가량은 부동산인데 요즘 또다시 가격이 치솟고 있다. 현재의 중위소득자가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매월 200만원을 저금한다 해도 서울의 중위 아파트를 사려면 400개월, 즉 30년 넘게 걸린다.

집값이 급등하던 2005년 봄, 나는 부동산 대책의 청와대 실무 책임자였고 종부세 실효세율을 2018년 1%에 이르도록 하는 계획을 법으로 만들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0.2%로 오히려 급락한 이 세율은 현 정부의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0.02% 찔끔 올랐을 뿐이다. 아이들의 희망 직업이 임대업자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노동소득 간의 격차도 틈을 벌리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기업이 하청단가를 정확히 ‘후려칠’ 수 있다면 하청기업의 생산성 증가분은 대기업으로 이전된다. 노동조합이 없는 비정규직은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공유경제’라는 미명으로 노동력을 시간당으로 활용하는 경향도 이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대기업과 공무원, 전문직을 합해도 일자리의 20%에 불과하니 대학 졸업장과 함께, 1000만원 단위의 학비 부채를 떠안은 50%의 젊은이들은 갈 곳이 없다.

2014년 발간된 〈21세기 자본〉의 피케티 지표는 자산 분배와 소득 분배가 지난 300년 동안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세 번째 공식, 즉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면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고 ‘세습 자본주의’라는 역설이 성립된다는 사실은 그중에서도 백미다.

피케티는 자산 가격의 급등에만 주목해서 국제자산세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그것이 더 효과적이려면 시장 자체의 분배를 개선해서 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는 포스트케인지언의 정책과 동시에 시행되어야 한다. 또 이 두 이론은 경제적 약자들의 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 즉 노동조합의 강화·확대나 하청업자들의 공동교섭권, 자영업자들의 세력화를 지지한다. 얼추 세력 균형이 맞춰져야 안정적인 ‘균형가격’과 경제성장, 나아가 기술혁신도 이룰 수 있다. 뉴딜의 핵심은 노동조합을 강화한 와그너법이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초고가 및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증세를 골자로 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8.7.6

 


불평등 야기하는 원인을 체계화해 정책 확인하고 실행해야

모든 정책은 정치, 즉 세력 간의 힘겨루기를 통해서 입안되고 실행된다. 이를 감안하여 정책의 강도와 순서도 결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두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사사건건 대립했고 우습게도 소득주도 성장은 청와대가 맡고 혁신 성장은 기재부가 맡는 식으로 타협했다. 불행하게도 종부세 등 자산 쪽 정책에서는 청와대와 기재부, 민주당까지 완전히 삼위일체였다. 기재부는 재정특위를 이용해서 종부세를 대폭 올릴 의지가 없다는 신호를 보냈고, 서울시장은 여의도와 용산 개발을 예고했으며, 당 대표는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공급을 늘리겠다고, 즉 부동산 경기를 일으키겠다고 확인했다.

대통령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원인을 체계화해서 각 부 장관이 해야 할 정책을 확인하고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는 이들 정책 실행을 모니터해서 충돌을 조율하고 정치적 역관계를 고려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약자의 세력화와 시민의 지지는 이 모든 과정을 뒷받침한다. 촛불이 만든 정부마저 실패한다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필시 대혼란이다.

 

 

기자명 정태인 (독립연구자·경제학)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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