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다짐. ‘명장 이명박 대통령’을 보필하는 ‘최정예 전사’이자, ‘글로벌 리더 이명박’의 앞선 생각을 현실에 맞게 구체화하는 ‘동반자’.”

2009년 11월29일 작성된 ‘집권 중반기 국정 기조’(오른쪽)는 이 문장으로 끝난다. 문건 표지에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표기되어 있다.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박재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2009년 한 해 청와대의 국정 운영을 정리하고, 집권 3년차인 2010년 주요 계획을 담은 문건이다. “명확한 국가 비전(선진 일류국가) 제시와 공감대 확산” “부자 내각, 촛불집회, 경제위기, 용산 사고, 북 핵실험, 서거 정국 등 주기적 역풍 속에서도 국정 과제 착실한 추진”을 ‘그동안(2009년) 이룬 성과’로 꼽았다.

이명박 청와대는 대통령 심기 관리에 공을 들였다. 〈시사IN〉이 입수한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에도 이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에 민감하게 반응한 정황이 여럿 발견된다. 

이명박 청와대가 취임 첫해 공들인 사업 중 하나는 ‘MB 미래비전’ 책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실무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전담했다. 대통령령 제20652호에 따르면 미래기획위원회는 “국가 비전 및 전략 수립에 관해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한” 기구이지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책을 집필하는 작업까지 도맡았다. 2008년 12월, 미래기획위원회가 청와대에 제출한 ‘‘MB 미래비전’ 책자 집필 경과 보고’를 살펴보면, 이 책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확산시키려 했는지 알 수 있다. 출간 목적을 “선진화 원년인 건국 60년을 맞아 선진국 도약을 위한 미래비전 제시”라 설명하며 책 출간 이후에는 “책자 발간 이후, 책자 이외 파생 작업(동영상, e-book, 만화)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 “만화작가  교수의 홍보 만화 작업 추진” 등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책은 2009년 2월 〈가슴 설레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출간 당시 미래기획위원회는 이 책의 영문판과 만화 버전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공영방송 KBS를 통해 격주로 송출한 ‘대통령 라디오·인터넷 연설’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였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10월13일부터 2013년 2월13일까지 총 109차례 라디오 채널을 통해 연설했다. 방송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청와대는 방송사 연설 송출 여부에 대해 “방송사 자율에 맡긴다”라고 했다. 당시 MBC는 내부 반발로 방송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KBS는 진통 끝에 야당에게 반박 기회를 주는 것을 전제로 송출하기로 했다.

첫 회차 연설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라디오 연설 관련 반응’이라는 문건(오른쪽 맨 위)을 만들었다. 민정수석실은 라디오 연설에 대한 청취자의 ‘전반적 분위기’를 “적절한 시점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 “주제 선택 안성맞춤”이라고 전했다. “일부 방송사들의 편협한 행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었다며 “일부 언론인들의 편협한 시각으로 인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화합 시도가 자꾸 어긋난다는 불만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라디오 연설 반응’ 문건은 2008년 12월2일, 4회차 방송 직후에도 이어졌다. 호평 일색이었다. 이명박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으로 안도감을 부여” “라디오 연설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평가에도 변화 조짐”이 이날 연설에 대한 전반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다른 행보에 대해서도 청와대 민정라인은 찬사 위주로 전달했다. 2008년 9월16일에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추석 이후 대통령 행보 관련 여론’ 문건(오른쪽)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민심을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모습에 대한 긍정 분위기 확산” “서민층의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는 ‘열린 마음’을 높이 평가”라고 전했다. 민정수석실이 2008년 12월5일에 작성한 ‘대통령 가락시장 방문 관련 반응’ 문건에는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에 대해 “겨울비가 내리는 새벽에 이뤄진 대통령의 농수산물 시장 방문을 놀라워하는 분위기” “서민의 생활에 가장 관심이 높은 대통령이라는 반응” “20년 된 목도리를 상인 할머니에게 건네주신 것에 대한 관심이 확산”이라고 적혀 있다.

이명박 청와대가 수집한 ‘외신 반응’

이명박 청와대는 ‘외신 반응’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통령 관련 미담이 외신에 소개될 때면 공보 라인은 빠짐없이 이를 전달하려 노력했다. 2009년 7월6일, 이명박 대통령은 총 331억4200만원을 재단을 설립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시절인 2007년 12월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언한 뒤 1년7개월 만에 내놓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었다. 이날 청와대 대변인실은 ‘VIP 재산 사회기부 관련 외신 보도’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AP 통신, AFP 통신, 교도통신, 신화통신, 프랑스24 TV, 차이나데일리 등의 보도를 원문과 함께 정리했다. 일주일 뒤인 2009년 7월15일에는 홍보기획관실에서 ‘해외 언론의 대통령님 기부 보도 종합’ 문건(아래)을 만들었다. 전 세계 언론에서 다룬 ‘대통령 사재 기부’ 관련 기사를 종합했다. 미국·일본·중국·유럽 주요 언론 외에도 미주 동포언론, 이스라엘, 알제리, 멕시코, 벨라루스, 폴란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그동안 크게 중시하지 않았던 국가와 언론사 보도까지 취합해 정리했다.

이명박 청와대의 ‘외신 모니터링’은 2010년 11월11일에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더욱 활발해졌다. G20 회의 성과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외신에 적극 대응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2010년 10월20일 홍보수석실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 G20 관련 전망 분석 기사 게재’와 ‘미국 〈포린 폴리시〉지, G20 불확실성 관련 칼럼 게재’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두 언론사는 G20 정상회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청와대는 해당 기사를 모두 번역했다. 2010년 11월5일에 작성된 ‘G20 개발의제 관련 F/T 기사 분석 및 대응’ 문서에서는 G20 회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담은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 대한 ‘대응 방침’까지 따로 정리해두었다.

 

 

 

 

반대로 G20 회의 직후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기사 역시 일일이 모니터했다. 2010년 11월19일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아르헨티나 〈라 나시온〉지, G20 소감 기고 게재’와 2010년 11월7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가 대통령에게 제출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의장국 한국의 리더십과 G20의 효용성에 대해 호평’ 문건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청와대는 외신뿐 아니라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의 반응도 모니터했다. 2011년 2월에 작성한 ‘(가제) 신년 좌담회 해외 보도’ 문건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방송 좌담회에 대한 해외 커뮤니티 반응이 담겼다. 이 문건에는 중국 커뮤니티인 차이나닷컴, 시나닷컴, 월드아리랑, 베이징 한인회의 반응과 미국 밀리터리 포토스, 바다닷유에스, 일본 뉴스 데이터베이스, KJ클럽에 올라온 게시물 캡처 이미지와 각 게시물의 조회 수까지 기록되어 있다.
 

 

 

 

 

 

기자명 김은지·김동인·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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