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께서도 그동안 ‘공영방송이 정권 편들라는 게 아니다. 오직 공정한 보도,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2008년 8월22일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KBS 사장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신문 기사를 부인했다. 같은 날 아침 〈경향신문〉은 KBS 사장 인선을 두고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 정권 핵심 인사가 모여 회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변인은 모임은 사실이지만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사IN〉이 입수한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을 보면 거짓 해명이다. 2008년 8월18일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KBS 관련’ 내용을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이라는 문건에 담았다(위 참조). “가능하다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기 전에 신속히 후임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관심을 분산시켜야 할 것임.” “KBS 문제가 YTN 등과 연계되는 등 정치 쟁점화되고 장기화될 경우엔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음.”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임명해야 하는지도 문건에 적었다. “KBS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방송 전문가로 조직 장악력이 있는 非(비)정파적 인사를 물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친정권 이미지가 강한 인사의 임명은 강한 반발로 이어지면서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문건에는 KBS 사장에 이명박 캠프 출신 ‘김인규 카드’를 고집할 경우 “정연주 해임=대통령 측근 심기=방송 장악 음모라는 등식이 성립해 역풍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주)엣나인필름위 사진은 KBS를 떠나는 정연주 전 KBS 사장.

8월25일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 문건에서도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KBS 문제를 가장 앞서 다루며 “BH(청와대)는 추가 대응을 일절 자제하고 여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여당에 대한 주문도 담았다. “여당이 전면에 나서서 ‘KBS 사장 선임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KBS에 오래 근무한 인사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을 강조해야.” 즉,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한 게 아니라 의견을 청취한 것뿐이라는 이동관 대변인의 주장과 결을 같이하는 내용을 한나라당이 나서서 말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같은 날인 2008년 8월25일 작성된 정무기획비서관실의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국정지표 4차 여론조사(08.08) 결과 보고 요약’)에도 KBS 관련 부분이 나온다. “KBS 사장 인선 BH 개입 주장에 대해 ‘실제 그럴 것’ 인식이 절반 수준이고 앞으로 부정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정 지지도가 30%에 머무는 상황에서 논란이 장기화되면 반대층 결집 축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작성한 ‘주간 국정기조(8.3~8.9)’ 문건에는 이명박 정부가 “방송 장악 음모론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KBS 감사 결과를 토대로 방송 공정성 확립”을 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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