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 여름, 맥도날드 앞에서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한 청년이 있었다. 맥도날드 합정메세나폴리스점에서 라이더(배달원)로 일하는 박정훈씨(33)다. 폭우·폭설 때 수당으로 지급하는 100원을 폭염 때도 지급하라는 그의 1인 시위는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맥도날드 라이더들에게는 여전히 폭염수당이 없다. 위험한 상황에서 배달을 거부할 ‘작업 중지권’도 보장되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덮은 11월7일 박씨는 자체 구매한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박씨는 지난 10월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UberEats)’ 배달원도 시작했다.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다. 직접 고용된 맥도날드 직영점에서는 일주일에 세 번,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까지 일한다. 반면 우버이츠는 “시간 날 때 로그인”하면 출근이고 로그아웃하면 퇴근이다. 맥도날드에서는 최저시급에 배달 1건당 수당 400원을 받는다. 우버이츠는 배달 1건당 수수료가 5000원, 6000원 등 천차만별인데, 배달하는 만큼 번다. “맥도날드에선 400원 더 받으려고 무리하게 신호를 위반할 이유가 없다. 우버이츠는 시간이 돈이니까 빨리 많이 배달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2분 거리에 새로운 배달이 있습니다’ 알림이 뜨면 나도 모르게 누르게 되는 식이다. 분명 자율적이지만, 로그인하는 순간부터 기계의 지시를 받는다.”
맥도날드 직영점 라이더로서 배달을 하다 늦거나 다치면 직영점이 책임진다. 산재 신청도 가능하다. 반면 우버이츠는 모든 게 본인 책임이다. “각자의 자산을 썩히지 않고 활용한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는 미래 지향적인 혁신이 맞다. 문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패스트푸드 직영점, 가맹점 소속 라이더뿐 아니라 배달 대행업체나 플랫폼 업체 라이더도 포괄하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facebook.com/rider unionzzang)’을 준비 중이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기일인 11월13일부터 가입 원서를 받아 내년 5월1일 출범할 예정이다. “패스트푸드 본사나 배달 플랫폼 업체, 대행업체에 공문을 보내 단체교섭을 열고, 이를 통해 폭염수당 등 변화를 이끌어내려 한다.”
직접고용 요구보다 각종 보호 장치를 현실화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박씨는 본다. “근로기준법이 1953년 만들어졌다.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난 시간이 쉬는 시간이라면, 플랫폼 노동자의 쉬는 시간은 어떻게 규제할 수 있나? 애플리케이션을 강제로 끄게 해야 할까? 전통적인 노동법이나 사회보험으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고용보험 재정으로 유급휴가를 주고, 플랫폼 업체가 보험료 일부를 부담하는 등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걸 노동운동이 해야 하는데 너무 느리다.” 그는 사회보험과 관련해선 국가와 직접 교섭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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