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외식업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자기가 좋아해야지.” 그는 “잘하는 일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잘하는 일은 해봐야 일이다”라고도 했다. 내내 거침이 없었지만 특히 이 부분은 확신이 강하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명제는 익숙하다. 자기 계발서에서, 교육과정에서 분명 들었을 말이다. 한데 묘하게 낯설다. 결정적인 순간에 모두가 이 명제를 따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사회가 이 명제를 자영업 시장에 적용해본 적은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줄 대책은 고민해봤어도,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식당을 해야 한다’고 입법자나 정책 결정권자들이 말하는 걸 들은 기억은 없다.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고 싶지 않은데 뛰어드는 게 이 땅의 자영업이라는 걸.

ⓒ시사IN 양한모

하고 싶지 않은데 뛰어드는 것이 비단 자영업뿐일까.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 시험이 바늘구멍인데도 뛰어드는 게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어서일까.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어디에 처음 취업하느냐에 따라 평생의 고용 안정과 연봉이 결정되는 ‘첫 직장의 덫’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차별받지 않을 가능성은 또 어떤가. 모두가 좁은 길을 가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영세 사업장의 안전 관리로 말하자면, 하루하루 살아남은 걸 안도해야 할 판이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이른바 ‘눈높이론’이 불편한 이유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오래된 명제가 지금의 한국 사회를 구원할지도 모른다고 나는 믿는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다면 무엇이 막고 있는가. 한 번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회구조일 수도, 창작물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환경일 수도 있다. 임대료일 수도, 규제일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이 거창하다면 이건 어떨까. ‘북튜버’로 활동하는 김겨울씨는 〈시사IN〉 드림 콘서트에서 “내 인생의 유일한 목표는 내가 가장 나라고 느끼는 걸 하며 사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나로 사는 것’이 가능한 사회라면 꽤 괜찮지 않을까.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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