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지국가 중 하나인 덴마크가 반인권적 난민 통제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난민들을 덴마크 해안에서 3㎞ 정도 떨어진 작은 섬에 수용하는 조치가 정부와 의회 간에 합의되었다. 지금까지 동물 전염병 연구센터의 실험실 및 동물 사체 소각장으로 사용된 린드홀름 섬이다. 이런 덴마크 난민 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잉에르 스토이베르(45) 이민부 장관. 2015년 총선에서 우파연합의 승리로 이민부 장관에 임명된 뒤 인종·종교 차별적인 언행과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신문기자 출신인 스토이베르는 2001년 총선에서 중도 우파 자유당(Venstre)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2009년에는 고용부와 양성평등부 장관을 맡았다. 이민부 장관으로 입각한 이후엔 덴마크를 “난민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국가”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파연합 내의 극우 성향 인민당이 정부 예산을 승인하는 대가로 반이민법 통과를 압박하는 탓이지만 스토이베르의 개인적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EPA

그는 2016년 하반기, 레바논 현지 신문에 “덴마크는 당신들의 피난처가 아니다”라는 정부 광고를 낸 뒤, 국경에서 입국을 기다리는 난민들의 현금 및 귀중품을 압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체류 비용을 미리 받는다는 개념이지만,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가한 조치와 비슷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스토이베르 장관은 “결혼이나 약혼반지는 압류 대상에서 제외해주겠다”라고 발표했다. 그 이듬해(2017년) 3월, 스토이베르는 취임 이후 50번째 반이민 입법안을 통과시킨 기념이라며 촛불까지 꽂은 케이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페이스북을 매우 좋아한다. 지난해 9월엔 본인 소유 아이패드의 배경화면을 게시했다. 터번에 폭탄이 꽂힌, 턱수염 기른 남자의 카툰이었다. 덴마크 신문에 실렸던 이 카툰은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독한 것으로 간주되어 무슬림 세계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그는 “덴마크가 종교 비판 등 표현의 자유를 지닌 국가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게시했다. 우리는 이 카툰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라고 썼다. 지난 5월에는 타블로이드 신문에 덴마크의 무슬림들은 라마단(단식) 기간에 휴가를 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10시간 이상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무슬림들이 버스 운전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다른 덴마크인들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한 버스 회사는 ‘라마단 기간의 무슬림이 사고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난민들을 외딴섬에 수용하는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 나온 반이민 정서 조장 법안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스토이베르 장관은 “난민들은 덴마크에서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그런 사실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덴마크 해안에서 섬으로 가는 2대뿐인 여객선 중 한 대의 이름은 ‘바이러스’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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