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장면이 빛나는 화려한 흑백영화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

멕시코시티의 콜로니아 로마 지역. 아홉 살 꼬마 알폰소 쿠아론이 열 살이 되어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했던 모든 게 영화에 담겨 있다.

그를 키워준 유모이자 집안 살림을 도맡았던 하녀가 주인공이다. 영화에선 클레오라고 부른다.

감독이 어릴 적 실제로 쓰던 가구들로 채운 집안 세트를 벗어나 클레오가 거리로 나가면, 감독이 기억하는 그 시절 멕시코시티의 소음을 꼼꼼하게 재현한 사운드 디자인이 햇살처럼 영화에 쏟아진다.

1970년대 격동의 멕시코 현대사가 마당이라면, 감독의 어린 시절을 닮은 어느 멕시코 중산층 가족의 사연은 그 마당 위에 고인 작고 네모난 하늘. 클레오의 녹록지 않은 삶이 그 사각형의 한복판을 비행기처럼 가로지르는 이야기.

〈로마〉는 올해 만난 가장 ‘영화적인 영화’다. 모든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모든 순간이 정말 컬러풀한 흑백영화다.

65mm 필름 카메라로 감독이 직접 촬영하고 최첨단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로 완성한 이 작품은 12월12일부터 일부 극장에서 상영되고,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588호에 실린 ‘김세윤의 비장의 무비’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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