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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시간에 잠 좀 자면 어때

2019년 01월 04일(금) 제590호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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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을 게으른 학생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늦도록 학원에서 공부한 아이, 밤을 새우며 그림을 그리는 아이는 수학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여길 수 있다.

수학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선다.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시작한다. 오전인데 벌써 지친 표정의 학생이 있다. 몇몇 학생은 엎드려 자고 있다. 하지만 이 교실은 붕괴하지 않았다. 내 수업을 잘 들어주는 학생도 꽤 보인다. 그거면 충분하다. 모두가 수업을 잘 들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모든 학생이 수업을 듣게 하려면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닫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인류 역사에 그런 적은 없었다.

결국 수학 교사들은 수학이 입시의 최고 과목임을 주장하며 수학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고 설득한다. 그런데 이것도 실제로는 예외가 많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대입과 취업을 모두 준비하는 특성화고다. 취업에서 수학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가운데 예체능 계열인 학생에게도 마찬가지다. 

ⓒ박해성

다른 교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아무리 그래도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잠을 자거나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럼 막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늘 수업시간에 있었던 몇 장면을 소개한다. 한 학생은 수업시간 전부터 잠들어 있었다. 그 학생은 수학을 꽤 잘하는 학생이다. 그런데도 자는 경우가 많다. 게으른 것은 아니다. 그는 매우 부지런하게 공부하고 있다. 아마 어제도 늦게까지 수학 공부를 했을 것이다. 다만 장소가 학교가 아닌 학원이었을 뿐이다. 내 수학 수업보다 학원 수업을 택한 것은 그의 몫이다. 난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그렇다고 그 학생이 나를 아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나를 매우 좋아하고 내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수학 시간에 수학이 아닌 인권에 관련된 얘기를 할 때면 매우 잘 들어준다. 수학 시간에 잠을 잔다고 해도 난 그를 좋아한다.

그 앞에서 잠을 자던 또 다른 학생은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 밤을 새우며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수학 시간을 자는 시간으로 정한 듯하다. 24시간도 짧게 느껴질 그에게는 수학 시간이야말로 쉴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지금 잠을 자고 있지만 그는 매우 성실하게 살아간다. 난 그를 충분히 지지하고 응원한다.
“오늘도 수업을 잘 들어주어 고마워요”

세 번째 학생은 눈썹을 그리고 있었다. 그 학생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일이 거의 없다. 매일 하교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피곤할 테지만 수학 시간에 의리를 지키듯 앞자리에서 수학 수업을 듣기도 한다. 이해를 못하는 눈치일 때에도 깨어 있다. 눈썹을 그리는 그를 보며 “수업시간에 눈썹을 그리면 어떡하니…”라고 하다가, “아냐 괜찮아, 못할 것 없어. 나도 순간 바보같이 모두가 화장만 할까 봐 걱정한 것이니 신경 쓸 것 없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은 손사래를 치며 수업을 듣고 있었다고 한다. 고맙다. 자신의 인생에 큰 도움을 주지도 못할 수학 수업이 너무 따분해 눈썹을 잠시 쳐다본 게 대수인가. 못마땅하기보다 고마울 뿐이다.

그동안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자는 이유를 학생의 게으름에서 찾곤 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자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아파서, 우울해서,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서일 때도 있고 어쩌면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는 탓에 잠이 들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기 전에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리고 수업을 함께하고자 한다면 권유하고 부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한 상태로 수업을 시작한다면 모두가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오늘도 수업을 잘 들어주어 고마워요”라는 다정한 말로 수업을 끝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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