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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윤병주의 기타 이야기

2019년 01월 11일(금) 제590호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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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인조 밴드 ‘로다운30’의 리더 윤병주는 ‘노이즈 가든’으로 데뷔한 이래 20년 넘게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계속 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㉕ 윤병주

3인조 밴드 ‘로다운30’이 드럼·베이스·기타로 그리는 세계는 우람하게 우뚝 솟은 밤의 건축물을 연상시킨다. 투박하게 내리꽂히는 드럼 소리 위로 베이스가 넘실대고 윤병주의 기타는 호령하듯 공연장 전체를 지배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의 탄탄함은 가히 국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일면 투박해 보이지만 귀 기울여보면 ‘로다운30’의 음악 역시 모든 좋은 음악이 그렇듯 소리로 이루어진 매우 섬세한 구조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의 음악은 나름의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향한다. 밴드의 리더 윤병주는 1990년대 초에 ‘노이즈 가든’으로 데뷔한 이래 20년 넘게 국내의 대표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노이즈 가든’의 데뷔 앨범은 각종 조사에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며, 그가 현재 이끌고 있는 ‘로다운30’ 역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음반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의 중요한 록 밴드 중 하나이다.

ⓒ윤병주 제공
윤병주씨는 “잘 치는 기타는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묘한 감정과 흥분에 사로잡히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기용: 선이 굵은 남성적인 연주와 특유의 기타 톤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음반의 믹싱 작업을 외부에 맡기고 관여를 잘 안 하는데? 

윤병주: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 음악을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음반 녹음할 때 기타 톤을 좋게 만들어놓으면 믹스하는 사람이 어떻게 만져도 그 좋음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즉 좋은 기타 톤은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기용: 그렇다면 좋은 기타 톤이란 무엇인가?

윤병주: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타 톤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영미권 록 밴드들이 연주하던, 기타하고 앰프만 가지고 만드는 사운드다. 앰프 볼륨을 최대치로 놓으면 소리가 배로 커지지 않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찌그러진다. 그 찌그러진 소리를 가지고 내추럴하게 톤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기타 이펙터에 사운드의 비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기타 사운드는 앰프가 60%, 기타가 40%쯤 된다. 기타 이펙터는 중간 중간 필요할 때마다 살짝 거드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건 내 방식이고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수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기용: 중학교 졸업 무렵 기타를 처음 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기타를 접했나?

윤병주: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노이즈 가든’과 ‘언니네 이발관’에서 베이스를 쳤던 이상문과 어느 날 낙원상가에 기타를 구경하려고 갔다. 가보니 완전 별천지인 거다. ‘와, 이런 건 진짜 비싸겠지’ 했는데 친구가 사는 걸 보니 3만5000원 정도 했다. 나도 집에 가서 사달라고 하면 되겠다 싶어 엄마를 졸라 좀 더 좋은 보급형 5만원짜리를 샀다(웃음). 필드라는 이름의 기타인데 F자는 펜더의 기타하고 똑같았다.

이기용: 지금은 어떤 기타를 주로 쓰나?

윤병주: 1990년대 초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산 좋은 기타가 깁슨 레스폴 커스텀 미제 중고였다. 그걸로 ‘노이즈 가든’에서 많이 연주했다. 지금은 주로 깁슨과 펜더의 기타를 치고 종종 국산 모델인 ‘물론’ 기타를 쓴다. 지난 앨범은 주로 펜더의 ‘스트라토 캐스터’ 오리지널 1960년도 모델로 녹음했다.

이기용: 앰프는 뭘 쓰나?

윤병주: 라이브 할 때는 펜더의 딜럭스 리버브, 녹음할 때는 오리지널 펜더의 1960년 딜럭스 모델을 주로 쓰고, 필요에 따라 1968년 마셜 20와트 등도 쓴다.

이기용: 거의 30년간 대표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활동해왔다. 좋은 기타 연주란 무엇인가?

윤병주: 잘 치는 기타는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에도 좋은 느낌을 주는 연주라고 생각한다. 기타에 조금만 관심이 생겨도 여러 가지 테크닉 좋은 사람이 부러워지기 시작하는데, 정말 좋은 연주는 곡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그런 연주는 기타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어떤 묘한 감정과 흥분에 사로잡히게 한다.

이기용: 앨범과 라이브를 종종 매우 다르게 연주하는 대표적인 밴드이다. 앨범과 라이브는 어떤 차이를 두고 하는지 궁금하다.

윤병주: 앨범은 이미 결론이 난 것이기 때문에 라이브 할 때는 안 해본 걸 하고 싶다. 공연 때는 이렇게 저렇게 노래를 바꾸거나 기타 솔로를 10분씩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앨범은 그냥 ‘팝 앨범’ 같았으면 좋겠다. 즉 3분에서 5분 정도 길이의 감상하기에 좋은 음악이 되길 바란다.

이기용: 1990년대에 홍대 클럽 등지에서 음악을 시작한 이른바 ‘1세대 인디 뮤지션’ 중 많은 이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데, 당신은 아직까지 계속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한다. 무엇이 계속해서 음악을 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나?

윤병주: 계속 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는 점이 내게는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아이유같이 100만명이 기다리는 뮤지션이라면 하고 싶은 게 없어도 음악을 하겠지만, 인디 밴드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그만두는 친구들은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음악을 많이 듣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디 신의 긍정적인 면이 무엇이겠는가.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뮤지션이 많아서 음악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기용: ‘로다운30’의 근간이 되는 음악은 블루스 록이라고 할 수 있다. 왜 블루스인가?

윤병주: 좋아했던 음악을 분석해보면 많건 적건 모든 음악에 블루스적인 요소가 들어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듣고 자란 음악 세계는 모두 블루스가 기본이 된 음악이었다. 그러나 사실 ‘로다운30’ 같은 경우는 그동안 보통 3인조 블루스 록 밴드가 할 만한 전형적인 것을 해오지는 않았다. 시대가 바뀌어서 요즘은 사람들이 블루스 음악을 잘 모른다. 그래서 역으로 원조의 블루스 록을 하는 게 오히려 요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신선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기용: 아직 ‘로다운30’의 음악을 못 들어본 이들에게 싱글 몇 개를 추천한다면?

윤병주: ‘아스팔트’ ‘더 뜨겁게’ 그리고 ‘저 빛 속에’ 등등.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음악을 오래 듣게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은 설사 음악을 못하게 되더라도 음악 듣기를 멈출 수는 없다고 했다. 음악을 좋아한 이래 한 번도 음악을 멀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음악을 듣지 못하는 세계가 무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은 동료 대부분이 음악을 그만둔 지금도 어떤 사람이 끝까지 남아 연주하고 있는지 일종의 힌트를 주는 것 같았다. 음악을 사랑하는 것과 음악을 오래 하는 것은 별개일 수 있지만, 음악을 오래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음악을 늘 곁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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