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돌 제작· 시사IN 양한모
벌써 1년 전인 2018년 초, SNS에는 “입츄하세요”라는 문구가 소소하게 떠돌았다. ‘입추’가 아니라, 이달의 소녀 멤버인 ‘이브’와 ‘츄’의 ‘커플링’을 홍보하는 팬들의 표현이었다. 아이돌 세계에서 커플링은 무척 흔한 일이지만, 드러내놓고 걸그룹 멤버를 엮는 일은 흔치 않다. ‘입츄’가 인기를 끈 것은 츄의 솔로 곡으로 발매된 ‘하트 어택(Heart Attack)’의 뮤직비디오 때문이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츄는 이브를 좋아해서 필사적으로 따라다니며 애정을 표현한다. 냉랭한 표정의 이브는 그런 츄의 마음을 알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짝사랑에 가깝지만 몰래 한 사랑은 아닌, 동성애적 애정에서 동경심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관계다.

결정적 장면 중 하나는, 츄가 이브를 향해 카메라의 망원렌즈를 들이미는 모습이다. 두 사람의 역학이 팬심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이유다. 분명 츄 역시 이달의 소녀라는 아이돌 그룹의 열두 멤버 중 하나인데, 그 역시 누군가의 팬이라니. 물론 ‘Heart Attack’ 뮤직비디오는 픽션이고, 작중의 설정은 현실과 다르다. 그러나 츄는 팬심의 상징이자 팬심을 아는 아이돌로 이미지화되었고, 꽤 많은 팬이 그런 그에게 즉각적으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 이달의 소녀가 발표한 수많은 뮤직비디오 중에서도 ‘Heart Attack’은 조회 수가 높은 편에 속한다. 과감한 콘셉트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츄는 이달의 소녀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츄 하트’라는 유행이 생겼다. 양손 손가락을 맞대 동그라미를 만든 뒤 입으로 덥석 베어 무는 시늉을 하면 손이 하트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다. 츄가 행사 현장에서 선보인 이후 제법 여러 아이돌이 따라 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잘 표현되고 있지만 잘 꾸려진 기획만으로 츄라는 인물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는 마치 온몸에 귀여움을 두른 듯하다. 수줍은 애교 같은 것이 아니다. 그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즐겁고 활달한 기운을 쉬지 않고 쏟아낸다. 그에게서 가장 익숙한 표정은 이를 전부 드러내고 입꼬리를 있는 힘껏 끌어올리며 웃는 얼굴이다. 아직 작품이나 활동이 많지 않으니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의 오두방정은 정말로 신나고 즐거워 보인다.

어쩌면 어떤 팬들은 츄를 통해 마지막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내재된 에너지가 너무나 밝은 사람이 있다고, 아이돌의 모든 것이 팬과 대중을 위한 감정노동은 아니라고 말이다. 아이돌 세계의 명암에 피로감을 느끼다 츄를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꿈이다. 무엇보다, 뭔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인해 한 사람이 진정 신날 수도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진다. 
기자명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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