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포구기행
곽재구 지음, 해냄 펴냄
“파도의 꽃, 갈매기의 눈빛, 따뜻한 노을.”
16년 만에 그가 돌아왔다. 더 강력해지고 더 화려해져서가 아니고 더 섬세해지고 더 담백해져서 돌아왔다. 남도 섬에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면서 꼭 포구 이곳저곳을 둘러보곤 한다. 어딘가에 곽재구 시인이 앉아 있을 것만 같아서다. 
어느 포구에선가 그를 본 것도 같고 그를 닮은 사람이었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분명한 것은 〈곽재구의 포구기행〉이 있었기에 쇠락하고 황량한 포구가 문예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때로는 집에 돌아와서 읽으며 왜 난 거기서 이런 감성을 느끼지 못했을까, 아쉬워하기도 했다.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 59장이 실려 있다. 그중 30여 컷은 이번 개정 작업 때 추가된 것이라고 한다. 책을 읽기 전 그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안해진다. 

한국의 논점 2019
고한석 외 지음, 북바이북 펴냄
“촛불의 정신은, 삶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스스로 마련할 때가 되었음을 선연히 보여준다.” 

연말이 되면 이듬해 한국 사회를 점쳐보는 책이 쏟아진다. ‘2019 트렌드 대예측’ 따위 제목을 단 책들이다. 이 책도 언뜻 보면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내용은 사뭇 다르다. 부동산부터 기후변화와 게임중독까지, 우리 사회 42가지 문제에 대해 각 필자들이 제언을 던진다. 
가령 수도권 장거리 출퇴근을 더 이상 감내하지 않으려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를 서울 부동산 폭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거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그중에서도 ‘발전 5사’를 콕 집은 것은 꽤 날카롭다. 수많은 논점을 선별하고, 적절한 필자를 찾아낸 엮은이의 내공이 느껴진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난제들이 완전히 새로운 해결사와 해법을 기다리고 있음을.

에라스뮈스와 친구들
김태권 지음, 아모르문디 펴냄
“마지막 순간까지 즐겨대는 저들도 나름 영리해 보입니다.”
‘지식 만화가’ 김태권이, 르네상스 최대의 지성이자 ‘유럽 최초의 베스트셀러’ 〈격언집〉의 저자 에라스뮈스의 인생을 따라가며 펼치는 인문학 지식의 향연. 각종 ‘서양철학사’ 책에서 짧고 딱딱하게 소개되던 에라스뮈스의 생애와 사상, 업적과 후대에 남긴 유산 등을 시대 배경과 함께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격언집〉에 실린 라틴어 격언 40여 개를 골라 동서양의 고전 및 예술 작품들과 버무려 현 세태를 해석하는 실력이 매우 인상적이다. 저자가 인문학 전반에 깊은 지식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각 꼭지의 라틴어 격언마다 그에 어울리는 김홍도, 들라크루아, 보티첼리 같은 미술가들의 명화와 이를 패러디한 작가의 일러스트를 비교할 수 있게 배치해 재미를 더했다.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조용준 지음, 도도 펴냄
“메이지 유신은 일본만의 역사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메이지 유신에 대해 매우 도발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일본 국민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가 꾀를 내어 앙숙관계인 사쓰마 번과 조슈아 번을 손잡게 해 성공시켰다는 게 그동안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저자는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시선을 둔다. 바로 거대 자본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배후 조종하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로스차일드가 메이지의 기획자라면  영향력을 행사해 실행한 인물은 영국의 무기상 글로버라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사카모토 료마는 글로버의 얼굴마담이자 행동대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사쓰마와 조슈아라는 특수한 지역 출신 하급 무사들이 최일선 행동대원으로 등장해 성공시킨 쿠데타가 바로 메이지 유신이라고 한다.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마즈다 아들리 지음
이지혜 옮김, 아날로그 펴냄
“우리는 대도시의 삶을 사랑한다. 도시는 매혹적이다. 그러나 끝없이 긴장을 준다.”
스트레스성 질환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민 질병’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도시 거주자의 뇌가 시골 거주자의 뇌와 다르게 반응하고, 도시인의 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고 자란 도시의 규모가 클수록 이런 민감도가 크다는 것이 신경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도시에서의 삶을 사랑한다. 도시는 언제나 매혹적이다. 도시가 갖는 문화적·사회적 다양성은 삶의 질을 끌어올리며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판을 제공해준다. 저자는 도시 문제에 접근할 때 도시에 대한 우리의 이런 양가적 태도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았던 도시가 우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김영건 외 지음, 박현성 사진
책읽는수요일 펴냄
“속초에는 배 목수가 있습니다.”
속초에 조선소가 있었다. 어업으로 먹고살던 지역이었지만 1990년대 들어 명태 포획량이 급격히 줄었고 오징어마저 잘 잡히지 않았다. 어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12곳이나 되던 조선소도 두 곳으로 줄었다. 속초에서 평생 나무배를 만들어온 두 목수가 있다. 양태인·전용원씨. 열세 살에 통영에서 배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한 양씨는 1960년대 말부터 칠성조선소에서 일했다. 전씨는 북한 흥남조선소에서 아버지를 따라 피란 왔다가 속초에 터를 잡았다. 배 목수 두 명을 김영건 동아서점 대표와 최윤성 칠성조선소 대표가 만났다. 두 사람에겐 가업을 잇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의 역사이자, 속초라는 지역의 역사다. 조선소와 속초 바다, 그들이 사는 집 등 여러 풍경을 사진작가 박현성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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