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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성장과 촛불 정부의 초심

2019년 01월 07일(월) 제590호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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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정부가 초과 세수 26조원만큼 재정지출을 늘렸다면 고용과 분배가 개선되었을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쏟았을 뿐 공정경제나 사회복지 등 다른 정책에는 한계가 컸다.

안식년을 맞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여기서 만난 해외의 진보적 경제학자들도 평등한 성장을 추진 중인 한국 경제에 관심이 크다. 때때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발표해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세미나에서 나는 먼저 소득주도 성장은, 불평등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현실을 극복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골고루 나누는 포용적 성장을 전 세계가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많은 주류 경제학 연구들은 심각한 불평등이 정치적 불안정과 신뢰, 교육의 격차를 악화시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바 있다.

현실에서 여러 나라가 불평등을 개선하고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대응하여 중산층과 빈곤층의 소득을 지지하는 내용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캐나다의 트뤼도 정부는 부자 증세와 중산층 감세, 사회복지 확대 그리고 적극적인 재정 확장으로 국제통화기금의 찬사를 받았다. 또한 일본의 일억총활약계획은 취약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을 통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추진하고 있다. 내수 주도의 성장을 위한 중국의 소득배증계획이나 영국·독일 등의 성공적인 최저임금 인상 사례도 있다.

물론 소득주도 성장은 주로 임금 인상과 노동소득분배율의 개선으로 소비를 확대하는 총수요 경로에 주목하며 재분배보다는 임금 인상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포용적 성장과 차이도 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이 모자라고 자영업자가 많은 현실을 반영하여 임금주도 대신 소득주도 성장이 제시된 것처럼,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은 가까우며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확장적 재정정책의 실패가 중요한 요인이다. 초과 세수가 2018년 약 26조원, GDP의 1.5%에 이를 전망으로 재정은 사실상 긴축이었다. 만약 정부가 재정지출을 그만큼 더 늘렸다면 2018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3%를 넘고 고용과 분배도 현실보다 개선되었을 것이다. 해외 경제학자들은 왜 한국 정부가 결과적으로 긴축재정을 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보수적인 관료의 저항 외에도, 재정확장을 실행하기 위한 청와대의 의지나 실력이 충분하지 않았음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포용적 성장을 추진한 선진국의 경험은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과 취약한 노동자들의 권익 강화, 그리고 복지와 재분배의 확대 등 정책 조합을 패키지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에 힘을 쏟았을 뿐 공정경제나 사회복지 등 다른 정책에는 한계가 컸다.

소득주도 성장 추진했는데 불평등이 깊어진 까닭

해외 학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했는데 왜 불평등이 심화되었는지도 궁금해했다. 통계적 논란이 존재하지만, 역시 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노동자들이나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 단기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더라도 미시적으로 취약한 경제 부문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세심한 정책의 설계와 집행이 아쉬운 지점이다.

ⓒ연합뉴스
2018년 12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2019년,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사라지고 경제 활성화가 전면에 제시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지율 하락 앞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 깃발을 내리기 전에 지금까지의 소득주도 성장에 관해 진지한 평가와 반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진보 세력은 또 그럴 줄 알았다며 실망하면서 정부에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평등한 성장의 길을 열겠다는 촛불 정부의 초심과 진정성은 여전히 믿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망이 아니라 애정 어린 비판과 생산적인 문제 제기, 그리고 정책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압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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