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몇 없는 장점 중 하나는 기분을 잘 숨긴다는 거다. 나처럼 기쁨과 슬픔을 크게 느끼는 사람은 이런 능력이 중요하다. 감정 기복도 심한데 숨기지도 못하는 상사를 상상해보라. 여러 사람 신경 쓰이게 했다는 걸 알게 되면 본인은 얼마나 창피할까. 다만 나도 감정을 못 숨기는 예외가 있는데, 애인이다. 얼마 전에도 우울한 기분을 숨기지 못해 ‘이불 킥’ 할 일을 벌였다. 옆에서 다가오는 자전거를 미처 보지 못하고 길을 건너려던 나를 애인이 급히 잡았다. 그 순간 어이없게도 눈에서 물이 나오고 말았다. 얘가 평소보다 세게 잡아당긴 것 같다, 혹시 내가 싫어졌나, 나는 왜 이렇게 덤벙댈까, 이 성격 영영 못 고치겠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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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이 꼽은 올해의 책
동네서점이 꼽은 올해의 책
시사IN 편집국
책을 선별하고 내보이는 동네서점 운영자들은 올해 어떤 책을 읽었을까. 이들은 기성 출판물에서 찾기 힘든 다양한 책을 소개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해왔다. 이들이 추천한 독립출판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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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판검사의 검은 그림자
엘리트 판검사의 검은 그림자
금태섭 (국회의원)
해방을 전후한 시기에 활동한 법률가들의 삶을 기록한 이 책에 대해서 짧은 서평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김두식의 〈법률가들〉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이 ‘사람의 인생을 한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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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이 멈춘 후의 전쟁
총성이 멈춘 후의 전쟁
한승태 (〈고기로 태어나서〉 저자)
마쓰모토 세이초가 헤쳐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잭 런던이 떠오른다. 두 사람 모두 디킨스의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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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백씨 이야기’가 나올 때
이제 ‘두 백씨 이야기’가 나올 때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네? 병사라고요? 병사요? 병사 말입니까?(178쪽)” 책을 받아들자마자 사망진단서 작성 일화가 실린 부분을 찾아 읽었다. 2016년 9월25일 14시 임종 직후 백남기 농민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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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화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었나
면화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었나
위민복 (외교관)
미국 남북전쟁 하면, 항상 남부의 면화(목화) 밭에서 면화를 수확하고 있는 흑인 노예를 떠올릴 때가 많다. 하필이면 왜 미국이고, 왜 면화인가? 게다가 흑인 차별은 이후에도 심했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