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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백씨 이야기’가 나올 때

2019년 01월 10일(목) 제589호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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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병사라고요? 병사요? 병사 말입니까?(178쪽)” 책을 받아들자마자 사망진단서 작성 일화가 실린 부분을 찾아 읽었다. 2016년 9월25일 14시 임종 직후 백남기 농민 담당 전공의가 사망진단서 작성을 위해 지정의였던 백선하와 통화하면서 세 번이나 되묻는 이례적인 장면이다.

2015년 11월14일 오후 7시 백남기 농민은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다 계절이 세 번 바뀌어서야 세상을 떴다. 고인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남아 있고 집회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이 목격했으므로 사망 원인을 의심할 까닭이 없었다.

담당 전공의가 지정의의 지시를 받아 사망 원인란에 (가) 직접사인에 심폐정지, (나) (가)의 원인에 급성신부전, (다) (나)의 원인에 급성경막하출혈을 적고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표기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자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다.
2016년 9월30일 사망 원인에 심폐정지를 쓰면 안 된다고 배운 서울대 의대생 102명이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자, 졸업생들이 성명서 초안을 만들어 함께 검토한 후 이틀 만에 동문 365명의 실명을 담아 ‘서울의대 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라는 공개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정은정 글
윤성희 사진
따비 펴냄


결국 서울대병원은 2017년 6월15일 사망진단서를 ‘외인사’로 변경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변경된 사망진단서에서 직접사인은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중간사인은 급성신부전에서 패혈증으로, 선행사인은 급성경막하출혈에서 외상성경막하출혈로 각각 수정됐다.
찰스 디킨스는 <두 도시 이야기>를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는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백남기 농민 사망을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로 남기려던 최악의 시절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씨가 쓰고 사진가 윤성희씨가 찍은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는 ‘백남기 농민 평전’이 아니라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이다. 이 책은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 누구인지 밝히는 한편, 백남기 농민 투쟁을 이끌어온 사람들의 안간힘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투쟁에 참여해온 시민들에게 제출하는 ‘보고서’라고 말한다.
백남기 농민의 일생과 투쟁 기록을 담은 보고서가 제출되었으니, 이제 사망진단서 논란을 기록한 백서를 남기는 무거운 책임이 의료계에 남겨진 셈이다. 의료계가 제출해야 할 백서 제목은 ‘두 백씨 이야기’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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