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국립 예테보리 대학교 교육대학 초등교육과를 다니는 로버트 카스포 씨(40)와 암리트 질 씨(31)는 최근 인턴십(교생실습)을 다녀왔다.
카스포 씨는 늦깎이 학생이다. 교육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그는 교장을 맡으려 하는데 그러려면 자격증(관련 학위)이 필요했다. 카스포 씨가 실습을 나간 A학교의 교육 환경은 그가 재직했던 학교보다 훨씬 열악했다. 학생들에게 간식으로 비스킷만 주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었다.

질 씨는 IT 프로그래머를 그만두고 교사직에 도전했다. 그는 A학교와 사회경제적 환경이 비교적 비슷한 B학교에 배치받았다. B학교는 A학교보다 운영이 잘되었다. 예를 들면 B학교에서는 오후 간식으로 샌드위치와 치즈, 햄 등이 제공되었다.

한때 스웨덴은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으로 유명했다. 정부가 운영을 책임지는 공교육 시스템에 따라, 부자 부모를 둔 학생이든, 이민자 부모를 둔 학생이든 집 근처에 있는 공립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노련한 현장 교사의 평가대로, 스웨덴 교육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Fredrikshovs Slotts Skola스웨덴의 유명 사립학교 ‘프레드릭스호브스 슬로츠 스콜라’의 수업 모습.

1991년에 정권을 잡은 보수정당연합은 1992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했다. 즉, 학교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 수혜자(학생)에게 선택 기회를 주고, 교육 운영자(학교)에게는 다양한 실험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였다. 보수정당연합이 추진한 자유학교 개혁에 따라 국가기관인 학교감독기구(Skolinspektion)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면 누구나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이런 사립학교에도 학생 수에 따라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공공재원이 지원되었다.

 

사립학교 학업성취도가 뛰어난 이유

그동안 사립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이들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을 만족시켰다고 주장한다. 또 이해력이 좀 떨어지거나 신체, 심리적으로 불편한 학생들이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학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사립학교 대부분은 공립학교보다 교사당 학생 수가 많다. 사립학교가 교사당 학생 수 대비 교육 환경에서 보면 더 열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업성취도는 더 뛰어나다. 주로 고학력 출신 부모가 사립학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학교에 들어가려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줄을 서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문제는 저소득층이나 스웨덴 학교 시스템을 잘 모르는 학부모는 이런 경향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카스포 씨가 교생실습을 한 A학교도 학부모 대부분이 이민자이고 스웨덴어를 못한다. 저소득층 이민자 학부모들은 다른 학교의 환경이 어떤지 잘 알지 못한다. 이렇게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학력 격차는 ‘학생 분리’ 요인이 더 큰 것이다. 정부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사립학교에 교부한 정부 지원금의 4분의 3이 각종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회사로 들어갔다. 국립 예테보리 대학교 교육대학 연구원 예니 시벤브링 박사는 “스웨덴은 이제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적 세금으로 지원되는 교육기관에서 민간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나라가 됐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예테보리·고민정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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