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보이시한 미인.’ 장신에 쇼트커트를 한 트와이스의 정연을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트와이스는 데뷔 당시부터 비주얼 그룹으로 유명했지만, 아직까지 멤버들이 창작자로서 목소리를 내거나 그들의 입체적인 면면을 부각시켜주는 기획은 별로 보여준 적이 없다. 그래서 그의 성격을 눈여겨보는 팬들이 아니고서야 정연은 그저 ‘보이시한 미인’이라는 ‘프로토타입’으로만 존재한다.

정연은 그렇게만 치부되기에는 너무도 ‘인간적’이다. 팀에서 내로라하는 장난꾸러기이면서 다른 멤버를 살뜰하게 돌본다. 다인승 자전거에선 짧은 치마를 입은 멤버 대신 기꺼이 페달을 밟아 달린다. 함께 일하는 멤버와 스태프들이 지쳐 있을 때는 더 챙기지 못해 안달이다. 트와이스 데뷔 경연 프로그램이었던 〈SIXTEEN(식스틴)〉에는 승급 멤버가 강등 멤버의 목걸이를 뜯어내야 하는 잔인한 연출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연은 이 목걸이를 뜯을 때마다 강등되는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등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는 쾌활하고 인정이 많으며, 마음이 여리고,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다. ‘보이시한 소녀’ 정도에 다 담기지 않는 이런 모습은 냉정하고 바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과분할 정도로 인간적이다.

최근 그가 연예 뉴스에 오르는 일이 있었다. 

〈트와이스 TV〉 14화에 방송된 ‘셀프캠’ 인터뷰 중에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며 함께 고생하는 멤버들을 떠올리다 눈물을 쏟았다. 뮤직비디오 촬영 중 어떤 샷을 찍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제안했는데, 결과적으로 촬영을 더 길게 해 멤버들에게 미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연예 뉴스 대부분에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눈물 흘린 아이돌’이라는 단편적인 제목이 달렸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제목이었다. 댓글은 더 가관이었다. ‘일 있을 때 바짝 벌고 나중에 쉬어라’는 훈계형부터 ‘너보다 돈 못 버는 사람들이 많은데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는 비교형까지 댓글이 달렸다. 다음 날 공항에서 찍힌 사진 기사 역시 이 흐름을 의식한 듯 ‘정연, 다소 피곤한 모습’ 따위 제목으로 보도되었다. ‘광대가 하기 싫으면 그만둬라’는 등 악플은 그 강도를 더해갔다.

댓글만 보면 사람들은 정연을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운 여자 아이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는 전혀 다르다. 그는 〈트와이스 TV〉 셀프캠 인터뷰를 끝내며 “그럼에도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얼마나 체력적으로 궁지에 몰렸으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내놓은 제안에도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했을지 짐작이 간다. 초인적인 능력을 요하는 상황에서 정연은 지극히 인간적으로 반응했을 뿐이다. 그러나 정연을 더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는 ‘사진 속의 보이시한 소녀 캐릭터’일 뿐이다.
그러면 누가 정말 인간적일까? ‘납작한 캐릭터’라 오해받지만 멤버를 살뜰하게 챙기는 여성 아이돌과, 노동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을 시키는 사용자, 그리고 미안함에 흘리는 눈물조차 비난하며 틀어막으라 하는 대중 중에 말이다. 

기자명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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