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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슬프고

파워풀한 영화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제593호에 실린 ‘김세윤의 비장의 무비’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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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아이가 법정에 들어선다. 자인 알 하지. 복역 중인 소년범인데, 녀석이 오늘 서 있는 곳은 피고석이 아니다. 원고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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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부모를 고소했어요.”

판사가 묻는다.

“왜 부모를 고소했죠?”

자인의 대답.

“저를 낳아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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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죄를 물어 부모를 고소한 소년. 엄마 아빠가 아이의 생년월일도 기억하지 못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다. 영화로 재현되는 아이의 열두 살(로 추정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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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일만 했다. 거리에서 푼돈을 벌어 부모에게 바쳤다. 매정한 부모 탓에 결국 집을 나온다. 떠돌이 생활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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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라힐을 만난다. 에티오피아에서 온 불법체류 여성이 잘 곳을 내준다. 대신 자인은 그의 한 살배기 아들 요나스를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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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그래도 매일 웃을 일이 생기던 나날은 짧았다. 자힐과 자인과 요나스의 삶이 다시 벼랑 끝에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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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을 연기한 아이는 실제로 거리의 난민 소년이었다. 실제로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해, 다만 열두 살로 추정되는 아이였다. 자신의 이름 그대로 영화에 출연해 본인의 실제 삶을 그대로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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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힐을 연기한 배우 역시 실제 아프리카 출신 불법체류자. 촬영 도중 단속에 걸려 잡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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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아픈 영화일 줄은 미리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파워풀한 영화일 줄은 미처 몰랐다. 심장이 터질 듯 벅차오르는 라스트신에 이르러 나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고작 눈물만 흘리고 있다는 게 미안해서 다시 또 눈물을 흘리고만 있었다. 어디 어디가 좋다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은 영화.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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