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는 ‘솔로로 데뷔한 솔로 아이돌’이다. 〈프로듀스 101〉의 아이오아이(I.O.I)로 일시적인 그룹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청하는 해당 프로그램 출연 이전부터 솔로 가수로 기획되었고, I.O.I의 활동이 끝난 뒤 곧바로 솔로로 정식 데뷔했다. 그러니 진짜배기 솔로 아이돌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솔로 아이돌 자체가 가요계에 흔치 않다. 최근 몇 년간 활동한 여성 솔로 아이돌을 헤아려보면 아이유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그룹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선미(원더걸스)나 태연(소녀시대)처럼 긴 시간 그룹 멤버를 했던 이들이나 ‘이달의 소녀’처럼 그룹 데뷔 전에 멤버들의 솔로곡을 선보인 기획을 보면, 한국에서 여성 솔로 아이돌은 그룹 활동의 종착역, 혹은 그룹이 되기에 앞서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는 특별 이벤트 정도로 보인다. 이런 문법에서 벗어난 청하의 데뷔는 꽤 큰 모험이었다.
그는 마침 대형 걸그룹이 계약 만료와 함께 흩어지며 여성 솔로 아이돌이 대거 등장한 2017년에 데뷔했다. 이 해를 한 세대의 원년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청하는 2018년 한 해 동안 두 번이나 컴백하며 자리를 굳혔다. 작년 이맘때 발매한 ‘롤러코스터’는 차트에서 1년 내내 롱런했다.
여럿이 모여 화음을 만들고 군무를 추는 것도 멋지지만, 노래 한 곡을 홀로 이끌어가며 보여주는 솔로 아티스트의 카리스마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충분한 기량이 필요하기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등장한 여성 솔로 중에도 청하는 특히 경쟁력이 있다. 수준급 보컬 실력은 기본이요, 탄탄하면서도 유려한 댄스 실력은 청하의 가장 큰 무기이다. 무대 구성과 안무 창작 능력도 검증되었다. 〈프로듀스 101〉의 최종 선발 멤버가 다수 포진되었던 일명 ‘뱅뱅’ 미션조의 파괴력 넘치는 안무를 짠 게 바로 청하다.
또 한 가지 청하의 강점은 소속사의 적극적인 서포트를 받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이제 막 첫 연예인을 내놓은 이 회사가 얼마나 청하를 자랑스러워하며 전폭적으로 지지하는지 화제다. 청하 본인의 의사를 가장 중점에 둔다는 대표의 인터뷰를 비롯해 늘 함께 다니는 언니뻘 매니저의 든든함, 댄서의 무릎보호대까지 신경 쓰는 스타일리스트의 세심함까지, 청하는 소수지만 살뜰한 조력자들과 함께한다. 규모는 더 크면서도 체계가 없어 갈팡질팡하는 회사가 많음을 생각할 때 이는 분명 청하의 복이다.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 영어도 잘하는 그는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는 신인이다. 해외 시장 역시 무대 장악력이 있는 여성 솔로 아이돌을 찾고 있다. 올해 초에 내놓은 신곡 ‘벌써 12시’로는 공중파 3사 음악방송의 1위를 달성했고, 2주 연속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2월, 우리는 잘 준비된 가수가 때를 만나는 순간, ‘포텐셜이 터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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