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의 스트립바 출입 논란을 처음 들었을 때, 그저 추한 일시적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주목한 건 최교일 의원의 반복적인 변명 자체다. 최 의원은 사건이 세간에서 잊혀갈 때마다 구구절절한 변명을 반복하고 있다. 이 반복적인 변명은 억울함 해소 외에 별다른 목적을 찾을 수 없다. 수사나 추가 취재가 진행 중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교일 의원은 왜 이렇게 진심으로 억울해할까. ‘나쁜 짓을 몰래 하는’ 흔한 경우인 줄 알았던 이번 사건에 대해 그는 ‘나쁜 짓도 아니고’ ‘몰래 한 것도 아니다’라고 변명하고 있다. 변명이란 사건을 최대한 상식선에 맞춰서 재구성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변명에는 화자의 상식선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상식선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반복하는 이 억울함에서 한국 사회의 최고 주류 남성들인 ‘최교일들’의 기이한 ‘상식’이 읽힌다. 그런데 나는 변명 속에 담긴 ‘최교일들’의 상식이 이 사건 자체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진다.
성기 중심주의 성 관념 그대로 드러나
최교일 의원은 ‘하반신 노출은 없었다’는 점을 가장 강조하여 변명한다. 하반신 노출이 없었다고 한들 수면바지나 월남치마를 입고 춤을 추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성기 노출은 없었다는 얘기다. 이 변명은 뿌리 깊은 성기 중심주의 성 관념을 보여준다. 성기 중심주의는 남성 성기와 삽입, 나아가 이에 뒤따르는 정조와 여성 소유 개념을 중심으로 섹슈얼리티를 이해하는 가부장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방식이다. 성기 중심주의에서 여성 성기는 성행위의 최종적인 획득물로 여겨지기 때문에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최교일 의원의 말을 다시 정리하면 ‘별로 대단한 걸 얻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이른바 ‘수위’나 형사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매매하는 행위는 모두 성매매다. 그리고 이 산업은 주로 남성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구매하는 것으로, 가부장제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 최 의원이 답해야 할 질문은 공직자로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돈으로 매매되어도 문제가 없다고 보는지, 또 성매매를 인격에 대한 근원적 훼손이라고 보는지 여부이다. 신념에 어긋나는 부정을 저질렀다면 바짝 엎드려 사죄를 구할 일이다. 아니면 차라리 남성 권력 따위는 없고 성매매는 자유로운 경제행위인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며 여론의 심판을 받으면 어떨까.
정치권에서 일하다 보면 술을 마시고 나와 담배 피우는 자리쯤에서 ‘여자 나오는 데’를 같이 가자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들은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선배이거나 나한테 부탁할 것이 있는 사람이었다. 즉, 나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얘기다. 내가 거절하면 ‘거긴 그냥 술집’이라거나 ‘그런 데도 갈 줄 알아야 한다’고 답한다. 내게 섹슈얼리티는 내밀한 것인데, 왜 업무 관계자들끼리 가부장적 성 경험의 바닥을 공유하려 드는지 ‘최교일들’의 남성 연대적 상식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최교일 의원 변명의 또 다른 포인트는 ‘참석자 모두 간단히 술 한잔하러 간 곳’이라는 점이다. 이 변명에서 최 의원이 국내에서 평소 ‘간단히 술 한잔하러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 추론할 수 있다. 그의 해명에 따르면 최교일 의원, 영주시장, 시의회 의장, 보좌관, 시청 직원 등 업무 관계자 모두 함께 ‘간단히 술 한잔’ 하려고 간 자리다. 업무 관계자끼리 가볍게 가는 건 마른안주 파는 맥줏집 정도가 상식 아닌가? 이 같은 변명은 업무 관계자들끼리 간단한 마음으로 갈 수 있다고 하는 성매매의 일상성, 무뎌진 윤리 의식의 바닥을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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