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졸 신입 공채 서류전형에서 채용 비리가 발각되었다. 남성 지원자 100여 명의 서류전형 점수를 비정상으로 올려서 여성 지원자 일부를 탈락시켰다. 또 다른 은행에서는 ‘남녀 차등 채용’을 사전에 계획했다. 남녀 응시 비율은 1:1 수준이었음에도 서류전형 단계부터 남녀 비율을 4:1로 정해놓고 공개 심사를 진행했다. 선발된 남녀 비율은 5.5:1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채용 과정에서 사기업이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건이 처음이라는 기사 내용이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1988년 4월1일부터 사업주는 노동자를 채용할 때 여성에게 남성과 평등한 기회를 주도록 정해놓았다. 1989년 4월1일부터는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1988년 이후 사기업 채용 과정에서 남녀 차별로 처벌받은 사건이 30년 만에 처음이라면, 그 많은 사기업들이 전부 채용 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채용 과정에서 존재하는 차별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장남수당’에 흡연 차별까지

ⓒ윤현지


채용뿐 아니라 채용 이후 노동조건에서도 남녀 차별은 금지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사용자는 노동자에 대해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정해놓았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임금, 임금 외의 금품, 교육·배치 및 승진,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이른바 장남인 노동자에게만 지급하는 ‘장남수당’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똑같이 첫째 자녀인 노동자임에도 남성은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지급받고, 여성은 결혼 여부에 따라 지급받지 못하므로 임금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 한 항공 자회사에서 남성 노동자는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직원쉼터에서 여성 노동자가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퇴사를 강요하는 행위가 있었는데, 이것 역시 남녀의 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업무와 무관하게 여성에게만 부과되던 신체조건, 결혼퇴직제, 육아휴직 시 권리포기각서 사건 등이 공론화되며 ‘설마 저런 일이 현재에도 벌어질까’ 싶지만 아직도 직장에서 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벌어진다.

노동자 모집 및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하거나, 여성 노동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제시하거나 요구하는 경우, 임금 외에 노동자의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금품의 지급 또는 자금의 융자 등 복리후생에서 남녀를 차별한 경우, 노동자의 교육·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한 경우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업주가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의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노동자의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하거나 여성 노동자의 혼인·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노동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중에서 임금·금품이나 교육·배치 및 승진, 정년·퇴직에서의 차별은 노동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에만 적용되어왔지만 올해부터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차별이 존재하지만 조사되고 밝혀진 바가 없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차별이 없는 직장이어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없기를, 그래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매우 희귀한 사건이 되기를 바란다.

기자명 김민아 (노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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