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영아 유기 '비밀 출산'할 권리

영아 유기 사건은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한다.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 제도는 논란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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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9일 오후 2시10분. 충북 제천역. 무궁화호 1707호.

열차의 마지막 객실인 4호차의 화장실을 청소하려던 직원이 변기 뚜껑을 열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변기 안에는 탯줄이 달린 신생아가 물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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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3월30일.

충주경찰서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ㄱ씨는 "열차에서 발견된 아이가 내 아이다. 언론 보도를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신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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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유기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6월까지 최근 10년간 1067건이 발생했다.

매년 평균 100건 이상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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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미혼모에 대한 심리·주거·출산 등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사각지대가 생긴다.

2009년 '베이비박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영아는 총 155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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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출생신고 의무화로 입양이 어려워지면서 베이비박스 이용률이 대폭 증가했다.

출생신고를 못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출산을 대비하고 양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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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오영나 대표는 "영아를 유기하는 미혼모들은 고립된 상황, 경제적 어려움, 편견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아이 아빠가 연락을 끊고, 가족에게도 숨기다 보니 '고립된 임신'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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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체코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정부와 병원에서 베이비박스를 설치해 '익명 출산권'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논란은 뜨겁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이들 국가에 설치된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부추긴다며 철거를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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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2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밀 출산'을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당사자가 비밀 출산을 원하는 경우 가명으로 출생신고를 받을 수 있또록 하되 법원이 대신 정보를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위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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