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 민정에게.

안녕, 얘들아.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지? 우리가 못 본 지 벌써 5년이 지났네. 나는 3년 전 너희가 없는 학교에서 졸업을 했어. 다들 보고 있었지? 너희 빈자리는 부모님과 많은 사람들이 채워줬어. 그때 남아 있던 우리들 교실은 이제 단원고를 떠나 안산교육지원청에 있단다.

난 올해 스물세 살, 대학 졸업장도 받았어. 너희가 잘 알겠지만 나는 유아교육과를 가고 싶어 했잖아. 그날 이후 내 진로가 완전히 바뀌었어. 누군가를 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 응급구조학과를 간 이유야. 막상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려고 어두운 바다 속에 들어갔을 때는 너무 무서웠어.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해.

요즘 5주기를 앞두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얼마 전 수빈이(설수빈·23·단원고 생존자)와 수원에서 열린 간담회에도 다녀왔어. 거기 온 초등학생들이 어찌나 말을 잘하던지.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묻기에, 나는 “저도 이미 어른이 돼서, 제 자신부터 이제 나서려고 해요”라고 말했어. 이번 5주기 추모 집회 무대에도 올라갈 예정이야. 그때는 진상 규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올게. 물론 늘 잊지 않고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전할게.

 

ⓒ시사IN 신선영2016년 1월12일 장애진 학생은 단원고를 졸업했다. 위는 졸업식 날 촬영한 장애진 학생의 방 안 모습.

 

ⓒ시사IN 신선영장애진씨는 올해 초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땄다(위). 장씨의 꿈은 유아교육과 진학이었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진로를 바꾸었다.
ⓒ시사IN 신선영4월6일 열린 ‘4·16 생존학생 간담회’에 참석한 장애진(왼쪽)·설수빈(오른쪽)씨

우리 부모님은 여전히 바쁘셔. 아빠는 가족협의회 사무처 팀장을 맡았어. 바쁜 아빠가 계속 살이 빠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엄마는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세 번째 공연을 시작했어. 엄마들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학생 역할을 맡았어. 연극을 보러 갔다 엄마가 집에서 항상 연습하던 노래가 나올 때 나도 모르게 같이 춤을 출 뻔했지 뭐야. 간혹 관객석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열여덟 살 때 우리들처럼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연극이었어.

안산에는 벚꽃이 다 피었어. 익숙한 동네를 걸을 때 민지, 민정이 너희가 생각나. 내 휴대전화에 저장된 너희 전화번호와 메신저 프로필 사진은 그대로인데 너희만 여기 없구나.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아. 앞으로 여기 있는 우리가 너희를 잊지 않도록 노력할게. 그곳에서 항상 응원해줘. 보고 싶다, 친구들아.

 

ⓒ시사IN 신선영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4월5일 세월호 희생·생존 학생 엄마들로 구성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장기자랑〉 첫 공연을 관람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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