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철학과 시간강사 가운데는 10년, 20년 가르친 이들도 있다. 그들은 ‘시간강사 채용을 극소화’한다는 학교 교무처의 문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는 안 쓰겠다는 얘기잖아요. 그동안은 대학이 필요해서 쓴 것 아닌가요.” 10년, 20년 숨죽여온 이들은 최근 ‘강사협의회’를 꾸리고 학교와 대화에 나섰다.
그런데 강사법이 부여하는 교원의 강력한 고용 안정은 그간 전임 교원들이 교원 신분으로 누려온 권리다. 애초 교수 노동시장의 최말단에 속하는 시간강사에 대한 차별을 더 일찍 개선했다면, 혹은 고등교육에 관한 국가 책임을 좀 더 진지하게 논의했다면 지금의 대량 해고와 학습권 침해가 벌어졌을까. “아마존에서는 ‘기술적 채무(technical debt)’라는 말을 자주 쓴다. 당장의 쉬운 방식으로 대충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시간이 가면서 이자가 붙어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아마존에서 11년간 일한 박정준씨의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한 대목이다. 85%에 이르는 사립대학에 고등교육을 외주 주고, 그 강의의 30~50%를 강사에게 외주 주면서 국가와 대학이 얼버무린 비용이 빚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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