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메모장), 데이원(일기), 스포티파이(음악), 넷플릭스(영상), 바이브(음악), 드롭박스(클라우드), 구글(클라우드). 매달 통장 끄트머리를 긁어가는 서비스다. 전부 더하니 7만원이 훌쩍 넘는다.

최근에는 지방 출장이 잦아 ‘쏘카 패스(월 1만9900원에 쏘카 이용요금 50% 할인)’를 구독할까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 3년간 굴리던 차를 처분하며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 횟수가 늘었다. 어차피 평일에는 대중교통으로 충분하니까 소유를 포기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물건을, 패키지를 구입해서 소유하고 싶었을 터인데 더는 그런 판매망을 찾지 않게 된다. 우리는 차츰 소유에서 벗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의 도래라 설명한다. 핵심은 ‘제품’이 곧 ‘서비스’로 변했다는 데 있다.

가령 ‘명품 악기’를 생산하기로 유명한 펜더(Fender)는 기타라는 악기를 쉽게 배우도록 유도하는 구독 기반 음악 교육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했고, 현대자동차는 북미에서 자동차를 월 275달러에 빌려 이용하는 정책을 펼쳤다. 전통적인 제조·생산·유통 메이커조차 구독 경제의 변화에 올라타고 있으며, 이 변화를 위한 투자 결단을 내려야 기업이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고 변모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비즈니스와 경제 일반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옛날에 신문사라 불리던 회사들이 있었다’라는 부분이다. 전통 신문 산업의 몰락 속에서 결국 독자들이 원하는 고품질 정보를 제공하며 구독 체계를 안정화한 미디어가 살아남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저자는 이런 한마디를 남긴다. “사실 애초에 구독 모델을 발명한 것이 신문사 아니었던가.”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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