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로 꼽히는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취임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경찰은 수사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환경단체로부터 고발당한 검사는 경찰의 소환 요청에 응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되돌려주었다’는 내용의 답변서만 두 차례 제출했다. 이 사건도 ‘검·경 대리전’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번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검·경의 수사 역시 대리전 양상이다. 검찰은 4월22일 황운하 청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사IN〉이 황운하 청장을 전화 인터뷰했다.
자유한국당과 김기현 전 시장 측은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는데?
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가 있다. 권력을 쥔 사람에게 수사가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했지만, 아마 비리 당사자들은 속으로 뜨끔뜨끔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황 청장이 배후에서 수사팀을 조종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수사는 수사팀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거지 청장이 지휘하는 게 아니다.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자유한국당과 검찰은 ‘정치 수사’라며 본질을 흐렸다. 자유한국당 처지에서는 수사 목적이 불순하다고 몰아가야 선거에서 받는 타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 수사가 호평받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영장을 기각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앙갚음’이다. ‘고래 고기 환부 사건’ 때 검찰이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 두 번째는 ‘밥그릇 챙기기’다.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는 검찰의 고유 업무 영역인데, 왜 경찰이 끼어드느냐는 거다. 실제로 경찰이 광역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을 수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만큼 토착 비리 근절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세 번째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 사례 만들기’다. 마침 자유한국당이 정치 수사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으니 검찰은 여기에 맞춰 경찰 수사를 평가절하하려고 했다.
최근 구속된 성 아무개 경위는 어떻게 수사에 참여하게 됐나?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연루된 사건을 담당하던 수사팀장과 수사관들이 시행권을 따내면 30억원을 받기로 한 용역계약서가 없다는 허위 보고를 했다. 그들을 수사팀에서 내보내고 새로운 수사관 3명을 추천받았다. 그중 한 명이 아파트 신축 사건을 수사하는 데 노하우가 있다는 성 경위였다. 하지만 성 경위에 대해 좋은 평가만 있는 건 아니어서, 우선 업무지원 형태로 수사에 참여하게 했고 그 뒤 정기 인사 때 정식으로 발령을 냈다.
성 경위는 강요 미수와 공무상 기밀 누출 혐의를 받고 있다.
설사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그건 개인 비리지 수사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본질은 토착 비리 수사다. 특검을 해야 한다. 덮인 비리를 철저히 규명하고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정말 잘못이 있었는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과연 정당했는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