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찰과 울산지검 사이의 갈등은 ‘고래 고기 환부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4월 울산경찰은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한 포경업자와 유통업자 등을 구속하며 고래 고기 27t을 압수했다. 경찰은 사건을 울산지검으로 넘겼지만, 검찰은 불법 포획의 증거가 될 수 있는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일부 샘플을 분석한 결과만으로 전체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고래 고기 21t을 업자들에게 되돌려주었다. 해양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9월, 고래 고기를 되돌려준 울산지검 검사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로 꼽히는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취임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경찰은 수사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환경단체로부터 고발당한 검사는 경찰의 소환 요청에 응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되돌려주었다’는 내용의 답변서만 두 차례 제출했다. 이 사건도 ‘검·경 대리전’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번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검·경의 수사 역시 대리전 양상이다. 검찰은 4월22일 황운하 청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사IN〉이 황운하 청장을 전화 인터뷰했다.

ⓒ연합뉴스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

자유한국당과 김기현 전 시장 측은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는데?

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가 있다. 권력을 쥔 사람에게 수사가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했지만, 아마 비리 당사자들은 속으로 뜨끔뜨끔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황 청장이 배후에서 수사팀을 조종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수사는 수사팀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거지 청장이 지휘하는 게 아니다.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자유한국당과 검찰은 ‘정치 수사’라며 본질을 흐렸다. 자유한국당 처지에서는 수사 목적이 불순하다고 몰아가야 선거에서 받는 타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 수사가 호평받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영장을 기각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앙갚음’이다. ‘고래 고기 환부 사건’ 때 검찰이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 두 번째는 ‘밥그릇 챙기기’다.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는 검찰의 고유 업무 영역인데, 왜 경찰이 끼어드느냐는 거다. 실제로 경찰이 광역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을 수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만큼 토착 비리 근절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세 번째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 사례 만들기’다. 마침 자유한국당이 정치 수사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으니 검찰은 여기에 맞춰 경찰 수사를 평가절하하려고 했다.

최근 구속된 성 아무개 경위는 어떻게 수사에 참여하게 됐나?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연루된 사건을 담당하던 수사팀장과 수사관들이 시행권을 따내면 30억원을 받기로 한 용역계약서가 없다는 허위 보고를 했다. 그들을 수사팀에서 내보내고 새로운 수사관 3명을 추천받았다. 그중 한 명이 아파트 신축 사건을 수사하는 데 노하우가 있다는 성 경위였다. 하지만 성 경위에 대해 좋은 평가만 있는 건 아니어서, 우선 업무지원 형태로 수사에 참여하게 했고 그 뒤 정기 인사 때 정식으로 발령을 냈다.

성 경위는 강요 미수와 공무상 기밀 누출 혐의를 받고 있다.

설사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그건 개인 비리지 수사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본질은 토착 비리 수사다. 특검을 해야 한다. 덮인 비리를 철저히 규명하고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정말 잘못이 있었는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과연 정당했는지 밝혀야 한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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