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도에 가기 위해서는 목포 북항에서 하루 세 차례 출항하는 ‘섬드리 비금호’에 오르거나 비금도 가산선착장과 수치도 사이를 운항하는 도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비금도에서 수치도 거리는 약 2.5㎞이다. 졸고 있는 꿩의 모습에서 섬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섬의 모습은 오히려 돼지를 세워놓은 것과 흡사했다.

수치도는 원수치 마을과 가어지 마을, 크게 두 마을을 중심으로 가옥이 밀집해 있다. 마을의 너른 들판에서 벼를 추수하고 나면 그 자리에는 다시 시금치를 심는다고 한다. 섬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넓은 염전 사이로 대하 양식장도 눈에 띄었다.

장산도를 비롯한 신안군의 몇몇 섬에서 양식하는 대하는 충남 남당항까지 올라가 팔린다. 전복을 비롯한 다양한 양식업의 발달은 섬 주민의 소득을 높이고 젊은 사람들도 섬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수치도와 상수치도는 물때에 따라 이어지고 때론 분리된다. 두 섬 사이에는 예전 섬 주민들이 오가던 노두교 위에 콘크리트로 길을 놓아 차량의 드나듦을 편하게 했다. 수치도의 주민 수가 100여 명을 넘는 데 비해 상수치도에 상주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 물이 들고 노두교가 잠기면 상수치도는 무인도가 된다. 드문드문 가옥이 눈에 띄지만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다.

ⓒ김민수상수치도의 넓은 갯벌

물때에 따라 무인도가 되는 섬

수치도는 바람 한 가닥 앞세우고 도란도란 걷기에 더할 나위가 없는 섬이다. 남도 섬의 화려한 색의 향연은 없다. 잠시 머물다 가는 절경에 애태우지 않아도 되니 어쩌면 그것이 위안일 수도 있다.

안좌도와 비금도 그리고 도초도가 이루는 안바다에는 상·하 수치도, 상·하 사치도 그리고 노대도가 있다. 그런데 이미 노대도가 무인도가 되었으며 상수치도와 상사치도 역시 무인도가 되어가고 있다.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섬들을 찾아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함께했던 경험이 더욱 소중하게 기억되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신선한 아침, 공기가 청량하면서도 습기를 머금지 않으니 바닷가에서 캠핑을 하고도 온종일 뽀송이는 기운을 유지할 수 있다. 아마도 가을 무렵이 섬 캠핑의 최적기가 아닐까? 안좌도 너머 여단의 고운 빛이 하늘을 물들였을 때 “아, 좋다”를 몇 번이나 되뇌었을까. 

기자명 김민수 (섬 여행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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