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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웃

2019년 05월 13일(월) 제609호
고제규 편집국장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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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후배와 대화를 하다가 눈총을 샀다. “그 커플은 예전 같으면 동성동본이라 혼인신고도 못 했겠다.” 무심결에 한 말이었다. 후배 기자의 동공지진. “동성동본이요? 헐. 도대체 언제적 얘기를….”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귀신 씨나락 까먹을 소리로 들릴 동성동본 금혼제. 성씨가 같고 본이 같은 사람은 결혼을 할 수 없게 법으로 금지했다. 1957년 ‘동성동본 혈족 사이에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민법안은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성씨를 물려받는 남계 혈족 중시로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되었지만 미풍양속이라는 이유로 무려 40년 동안 존속했다. 동성동본 커플은 혼인신고도 못 했고 아이를 낳아도 혼외자가 되었다. 1995년 가수 신해철은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라는 노래로 동성동본 커플을 응원했다. 민법에서 이 금혼제도가 폐지된 건 1997년 7월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면서다. 당시 6만 쌍가량이 구제받았다. 이 조항 폐지에 반대한 이들은 ‘동물 세상’이 된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사람 사는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호주제도 오래 생존했다. 무려 50년 동안 존속되다가 2005년 2월 역시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사라졌다. 이때도 유림은 한복을 입고 ‘호주제가 폐지되면 나라가 무너진다’며 시위를 벌였다. 물론 나라는 멀쩡했다.

현행 법규는 가족을 온전하게 보듬고 인정하고 있을까? 이번 커버스토리 기획은 이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민법 제779조에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의 범위로 규정했다. 현실에서 이 조항 밖에 있는 ‘새로운 가족’을 자주 만난다. 동거 가구도 늘고 1인 가구도 만만치 않게 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나는 동네 주민센터에서 보낸 안내문을 받았다. 방문 상담을 원하면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평일에는 서울에서, 주말에는 지방에서 가족과 지낸다. 서울에선 1인 가구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1인 가구 고독사 대상자였다. 장년층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막는 프로그램 수혜자였다. 안내문의 자가 진단 문구에는 우울증, 고독감 지수 문항이 많았다. 담당자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겐 좋은 프로그램일 수 있겠다고 여겼다. 한편으론 1인 가구를 접하는 시각이 느껴졌다. 기계적으로 나이에 따라 분류해 1인 가구를 뽑아 보내는 안내문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서울시의 경우 1인 가구가 30%를 넘어섰다. 앞으로 1인 가구뿐 아니라 법 밖에 존재하는 새로운 가족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들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별스럽지 않다. 당장 나만 해도 평범한 이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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