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풍미한 책이나 영화, 자동차나 건축양식과는 좀 다르다. 시대를 풍미하는 게임은 동시대 청춘을 나락으로 이끈다. ‘공부를 못한다’거나 ‘취업이 안 된다’ ‘친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조금 더 나중의 일이다. 당장 밥을 굶고 잠을 참는다. 물을 덜 마시고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중독이다. 당구나 TV, 만화책도 중독성이 있다고? 역사상 만화책을 읽느라 제 아이를 죽을 때까지 방치하는 부모가 있었나. 게임과 술, 마약 정도만 이런 뉴스에 등장한다.
간단한 이유다. 최대한 오래, 최대한 많이 중독되는 게임일수록 ‘재밌는 게임’이라고 평가받는다. 완성도도 높으면 ‘좋은 게임’이 된다. 좋은 게임보다 더 중독되고 완성도도 더 높은 게임을 ‘악마의 게임’이라고 칭한다. 온라인 게임 판매 사이트에는 ‘악마의 게임’을 2000시간, 3000시간 이상씩 했다는 인증글이 올라온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분류에 넣자 경제·IT지를 중심으로 뉴스가 쏟아진다. 4차 산업혁명의 동력, 한류의 기수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주로 공급자의 시각이고 산업의 논리이다. 4차 혁명론이나 한류론은, ‘좋은 게임’을 즐기다 보니 문득 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된 일부 수요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많은 나라로 분류되는 나라에서, 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을 ‘전문가 의견’으로 다루는 것은 불공정하다.
지난해 이 문제를 취재하면서 만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국내 정신과 의사들이 WHO 회의에서 로비에 가깝게 주도한 결과’라는 것이다. 의료계와 게임업계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그러나 양측이 이익을 얻기 위해 갖은 수를 동원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돈을 벌어야 되기 때문’이라는 게임업계의 공개된 입장보다 해로운 의료계 물밑 작업은 상상하기 어렵다. 게임 정책도 소수자, 수용자 처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 좇으면 ‘악마의 환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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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위기 초래한 사행성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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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장애는 보건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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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 〈시사IN〉 유튜브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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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시작은 늘 그랬듯 단출했다. 1월의 어느 날 〈시사IN〉 편집국 회의실에 네 사람이 둘러앉았다. 기자와, 차형석 디지털콘텐츠 팀장, 윤원선 온라인 에디터, 김연희 사회팀 기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