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유 어게인 in 평양
트래비스 제퍼슨 지음, 최은경 옮김, 메디치 펴냄

“나라 전체가 거대한 지하 범죄조직처럼 돌아간다.”

북한에 온 외교관들은 대개 세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 번째는 깨달음의 단계, ‘이 나라가 진정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드디어 이해했다’는 생각이 드는 때다. 두 번째는 좌절의 단계, ‘사실 이 나라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드는 때다. 마지막은 포기의 단계다. ‘이 나라를 이해할 수도 없고 더는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는 마음이 드는 때다.
저자는 한 단계를 더 거쳤다. 바로 희망을 품는 단계다. 북한 사회를 냉정하게 꿰뚫어보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을 읽어냈다. 그것은 그가 북한 사람들에게 발견한 놀라운 능력이기도 하다. 평범한 미국인인 저자가 평범한 북한 사람과 약속해서 다시 만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과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는 북한 사람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 진심임을 느꼈다.



아름다운 미생물 이야기
김완기·최원자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작아서 더 아름다운.”

지구 역사의 4분의 3 기간에 지구에는 그들만 존재했다. 지구 산소 4분의 3이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탄소의 50%, 그리고 생물학적 질소의 90%를 소유하고 있다. 그들은 바로 미생물이다. 진균 혹은 곰팡이, 원생동물, 세균, 바이러스, 조류가 여기 속한다.
미생물과 인간은 서로 필수불가결한 관계를 맺고 있다. 때로 불편한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름다운 관계다. 미생물은 생명의 시작이며 하나의 세포에 불과하지만, 생명의 오묘하고 경이로운 현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는 이 미생물들이 빚어내는 거대한 화음을 경쾌하게 풀어낸다.

당신 개는 살쪘어요!
제시카 피어스 지음, 조은경 옮김, 황소걸음 펴냄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지난 1월,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2015년부터 4년에 걸쳐 유기견 250여 마리를 안락사시켰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동물보호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박 대표는 “안락사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명윤리학자인 저자는 오늘날 동물을 기르는 현실에 의문을 품었다. 반려동물을 데려다 기르는 일이 너무 쉬워진 바람에 인간과 동물이 불행해졌다는 것이다. 책은 ‘가정에서 동물을 기르는 것은 동물에게 어떤 의미인가’ ‘애완동물은 정말 가족일까?’ ‘애완동물을 기를 때 조심해야 할 태도’ 등을 고찰한다.



문화류씨 공포 괴담집 세트
문화류씨 지음, 요다 펴냄

“머리를 풀어 헤친, 무서운 표정의 여자들이었다.”

인류가 남녀노소와 시대, 지역을 망라해 가장 즐겨왔으면서도 너무 우습게 여겨온 이야기 부문이 바로 ‘호러물’ 아닐까? ‘무서운 이야기’의 전파력과 보편성을 감안할 때, 어쩌면 호러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본질을 겉으로 드러내는 정신적 징후일지도 모른다. 〈문화류씨 공포 괴담집 세트〉는, 호러물을 서방국가들과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하나의 문학 장르로 세우기 위한 작가와 출판사의 ‘도전’으로 여겨진다. 1900년대 이후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 그리고 현대를 배경으로 손각시, 여우요괴, 흉가, 원귀 등 한국인의 원형적 괴물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의 출몰을 30여 개의 단편으로 담았다. 출판사 요다는, 혜성처럼 나타난 괴물 작가 ‘김동식’을 발굴한 바 있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 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워 담으세요.”

집안의 막내딸이라서 ‘막례’였다. 그래도 ‘있는 집’ 자식이었는데 여자라서 공부할 기회도 없이 집안일만 했다. 남자를 잘못 만나 50년을 더 죽어라 일했다. 71세가 되던 해 인생이 달라졌다. 치매 위험 진단을 받은 날, 손녀 김유라는 스물일곱이었고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할머니와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났다. 할머니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여행 중에 담은 할머니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18명이던 구독자가 이틀 만에 18만명이 됐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유튜버가 되었다. 현재 구독자 수 약 90만명의 ‘박막례 할머니’ 채널이다. ‘할머니가 즐거울 것’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재런 러니어 지음, 신동숙 옮김, 글항아리 펴냄

“만일 사람이 되고 싶다면,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하는 편이 낫다.”

제목이 너무 단정적이라 의역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다. 원제가 이렇다. 저자의 만만찮은 이력 덕분에 가능한 주장이다. 가상현실(VR)의 아버지. 실리콘밸리는 저자 재런 러니어를 이렇게 칭송한다. 1세대 정보통신 엔지니어이자, 인터넷의 미래를 논할 때마다 등장하는 이름이다. 실리콘밸리의 원로 격인 그가 돌연 ‘트인낭(트위터는 인생의 낭비)’을 외친다. 소셜미디어(SNS)의 핵심 작동 원리가 얼마나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지 일갈한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가 ‘버머(bummer)’다. 더 많은 클릭 수, 참여 수를 유도하도록 끊임없이 자가 보정하는 알고리즘이다. 역설적이게도 소셜미디어를 능동적으로 잘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통찰력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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