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방문 노동자가 날마다 겪는 일

#1

지난 5월 17일 경동도시가스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던 여성 점검원이 성추행을 당한 뒤 자살을 기도했다. 한 원룸에서 가스 안전 점검을 마치고 나가려고 하자 거주 남성이 “진짜로 점검만 하러 왔느냐”라며 1시간여 동안 감금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 2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자에게 경찰은 “몸에 터치도 없고 추행이 없었으니 조사하기가 애매하다”라고 답했다. 회사는 일주일간 휴무를 주고 성교육을 실시한 뒤 곧바로 업무에 투입했다.

# 3

2015년 유사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회사는 실효성 없는 매뉴얼과 호루라기를 지급했다. 그것으로는 ‘남자 혼자 있는데 자신 있느냐’고 묻는 남성을 막을 수 없었다.

# 4

방문 노동자에 대해 “고객의 집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수행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성희롱과 추행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라고 말할 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러한 업무 특성이 성희롱과 추행의 위험으로 연결되려면 성별이라는 요소가 추가되어야 한다.

# 5

만연한 성폭력은 방문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방문 노동자의 문제다. 경동도시가스는 2인 1조로 근무하게 해달라는 요구에 남자 점검원을 추가 채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남성 점검원이 업무를 한다면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 6

‘성별화된 폭력’ 도시가스 안전 점검원, 수도 검침원, 재가 요양보호사, 공기청정기∙정수기 점검원 등 여성 방문 노동자들은 물리적인 성폭력의 위협에 일상적으로 맞닿아 있다.

# 7

방문 노동자에게 고객의 집은 일터이자 공적 공간이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의 눈에 여성은 노동자로도 사람으로도 존중받지 못하고 오직 여성으로 존재할 뿐이다.

# 8

결국 변해야 하는 쪽은 가해의 축이다. 개별 폭력들은 한국 사회의 기본 값인 남성중심주의, 강간 문화와 연결될 때 온전한 파악이 가능하다. 수없이 반복되는 여성 방문 노동자들의 문제는 고통받는 여성들이 견디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 9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615호에 실린 기사 ‘여성’ 방문 노동자가 날마다 겪는 일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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