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의 과거사 정리가 일단락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6월25일 검찰의 과거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검찰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고통당한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사죄했다. 경찰 과거사 정리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경찰은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과거 논란이 되었던 사건을 다시 조사했다. 최종적인 조사 결과는 7월 말에 나온다고 한다. 경찰청장의 사과와 입장 표명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정리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과거 국가 공권력의 잘못을 국가가 나서서 조사하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사도 어렵고 진상규명도 어렵다. 과거사 조사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아직 남아 있다. 피해자의 해원, 억울함 해소가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재심과 손해배상 소송을 거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사 정리는 민주 정부에서만 할 수 있다.

과거사 정리의 성격도 과거사 정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원래 과거사 정리는 무고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제주 4·3사건, 태영호 어선 납북 사건 등 간첩 조작 사건, 전두환 정부 당시 일곱 차례나 재판을 한 송씨 일가 사건, 유서대필 사건이라고 불리는 강기훈 사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사건은 피해자의 억울함 해소에 초점이 있다. 가해자에 대한 수사나 재판, 처벌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사건이 오래되어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지만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9.6.25

 

 

 


이 방식은 진상 규명 후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화해하는 데 강조점을 둔다. 재발 방지 대책도 수립하고 공동체가 과거사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한다. 사회의 에너지를 복수나 처벌이라는 과거 지향적 정의에 쓰지 않고 미래 지향적으로 사용한다. 이 방식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불만스러워한다. 가해자는 지난 일을 다시 들춰낸다고 반발한다.

간극은 사회가 메워야 한다. 사회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품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가장 잘하는 곳은 종교이다. 그래서 우리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송기인 신부가 맡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투투 주교가 했다. 과거사 정리가 종교와 결합했을 때 용서와 평화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미래 지향적 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법률가만이 아니라 종교인도 필요하다. 어쩌면 검찰 과거사위 위원장도 종교인이 맡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다. 법률가는 아무래도 용서와 평화보다는 구분과 처벌에 익숙하다.

종교인이 검찰 과거사위 위원장 맡았더라면

과거사 정리의 다른 성격은 과거의 잘못을 밝혀내 처벌하는 것이다. 이 역시 정의를 세우는 일로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제는 본래 검찰 과거사위의 몫이 아니다. 과거의 잘못을 밝혀 처벌하려면 수사를 해야 하는데 검찰 과거사위는 수사 권한이 없다. 수사가 필요하면 수사기관이 직접 하면 된다. 수사기관이 부담스럽다고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이를 떠넘겨서는 안 된다.

또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과거 지향적 정의다. 정의의 출발은 처벌이지만 정의가 과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의가 과거에만 머무르면 피해자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피해자가 억울함을 해소한 다음에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 사회는 공존해야 한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흑인들을 차별한 미국의 백인들을 악마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백인과 흑인이 함께 해방되는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과거 지향적인 분노와 복수는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과거사 정리는 현재진행형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아직도 정리해야 할 과거사가 남은 것은 슬픈 일이지만 현실이다. 검찰과 경찰의 과거사 정리를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과거사 정리가 되기를 바란다.

기자명 김인회 (변호사·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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