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넘쳐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광과 맛난 먹거리를 보여주는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 넘쳐난다. ‘나도 저런 근사한 곳에 가서 휴가를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저렇게 멋진 레스토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 얼마나 행복할까’. 반짝이는 사진을 보면서 매번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내 ‘내 삶은 왜 이토록 보잘것없을까’ 하는 상념에도 잠길 것이다.

여행지와 먹거리를 담은 사진은 누군가의 일상 모습이다. 거짓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소셜 미디어의 특성상 삶의 좋은 면만을 드러내고 과장하기 마련이다. 과연 이런 사진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삶을 반추할 수 있게 해줄까? 맛난 음식과 근사한 휴양지가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 우리가 영원히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은 이미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진은 기억을 담는 그릇

딸이 태어난 날부터 결혼하기까지 거의 매일 딸을 촬영해 사진으로 남긴 전몽각의 〈윤미네 집〉 중에서.


롤랑 바르트가 말한 것처럼 사진은 ‘찍는 순간 바로 죽음’에 이른다. 사진으로 촬영한 것은 이미 과거가 되고,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으로 사라진다. 그렇기에 사진은 기억을 담는 그릇이다. 가족, 친구, 연인, 내가 사는 동네의 모습은 멋지고 이국적인 여행지와 맛있는 먹거리 이상으로 더 소중하고 기억할 가치가 있다.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으로 널리 알려진 고 전몽각 선생은 전문 사진가는 아니다. 딸이 태어난 날부터 결혼하기까지 거의 매일 딸을 촬영해 사진으로 남겼다. 물론 그의 사진이 딸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을 촬영했지만, 그 시대 우리 사회의 많은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적인 영역을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변주야말로 사진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역할이다. 그래서 매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촬영한다는 것은 사진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부엌에 모여 놀고 있는 전몽각 선생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 살았던 서울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진 사용 허락을 받느라 선생의 부인 이문강 여사에게 전화를 했다. 이 사진 이야기를 했더니, 유명한 건축가도 이 사진을 논문에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처럼 일상적인 개인의 가족사진은 역사적으로도, 학술적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마다 사라지는 지역의 모습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작업이 한창이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청계천 사진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공적인 영역에서의 사진
작업은 중요하다. 전몽각 선생의 가족사진이 보여준 것처럼, 사적인 사진기록도 얼마든지 역사적 아카이브가 될 수 있다.

이참에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고급 카메라가 아니어도 된다. 폰 카메라로도 충분하다. 사진을 핑계 삼아,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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