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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든 일상의 미술관

2018년 05월 18일(금) 제557호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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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는 대량생산 시스템이다. 한 장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0.2초. 버튼 한 번 누르면 잠깐 사이 수천 장을 쏟아낸다. 그 시스템 안에서도 장인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 사진작가들은 이제 사진집을 기획할 때면 제일 먼저 ‘프린트 디렉터’ 유화씨(45)를 떠올린다. 김홍희의 <선류>, 김흥구의 <좀녜>, 성남훈의 <패>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유화씨에게는 사진가별 잉크 배합이 따로 있다. 2012년에는 흑백사진 전용 잉크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인쇄는 사용하는 컬러 수가 많아질수록 결과물이 좋다. 당연히 인쇄 단가가 확 뛴다. 특히나 명화는 원화와 가까울수록 비싸다. 그래서 보통은 CMYK라 불리는 네 가지 색(파랑·자주·노랑·검정)을 감산 혼합 방식으로 섞는다. CMYK로 출력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인쇄가 표현되지 못했던 영역까지 보여줄 수는 없을까. 국내 시판 중인 검정 잉크만 해도 최소 50여 종, 종이 종류 역시 수십 가지다. 유화씨는 최고의 품질을 안정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기 위해 지난 15년간 생활고를 마다하지 않고 끊임없는 테스트와 실패를 거듭했다.

ⓒ시사IN 조남진

꿈이 있었다. 가장 원화에 가까운 명화집을 만들고 싶었다. 한 권의 책이 일상의 미술관이 되길 바랐다. 미술관에서 원화를 봤을 때 느꼈던 감동을 자신의 딸이, 또 딸 같은 어린아이들이 보다 쉽게 체험하길 원했다. 그에게 미술은 공부가 아니라 보고 느끼는 즐거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인쇄가 사양사업이라지만, 아날로그에는 힘이 있어요. 구글의 ‘아트앤드컬처’(세계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아무리 편리하다 해도 원화의 감동까지 전달하지는 못하거든요.”

유화씨가 최근 펴낸 <갤러리북 01:빈센트 반 고흐>는 그 연구의 결실이다. 반 고흐의 주요 작품 23점을 실었다. 이미지를 제공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오텔로의 크뢸러뮐러 미술관 관계자마저 완성된 책에 매혹됐다. 원화의 색을 이 정도로 구현한 책은 이제껏 본 적 없다는 평이었다. 인쇄 노하우를 집약한 덕분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크뢸러뮐러는 아트숍 입점을 제안했다. 아트숍 담당자는 한 권에 2만8000원인 가격이 저렴하다며 놀랐다.

반 고흐 작품과 함께 실린 서양 미술사 전문가 김영숙씨의 글은 도슨트가 되어 작품 감상과 이해를 돕는다. 책을 살펴보다 마음에 드는 그림은 쉽고 깨끗하게 뜯을 수 있도록 180° 펼침 제본으로 만들었다. 한창 책의 만듦새를 설명하던 유화씨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단 한 번도 미술 공부를 해본 적 없는 자신의 여덟 살 딸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책꽂이에 두지 말고 뜯어서 눈에 걸리는 곳에 붙여 봤으면 좋겠어요. 어디든 미술관이 되는 거죠. 그런 경험이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지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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