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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아닌 소셜 마케팅 혁명?

2018년 08월 15일(수) 제569호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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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장덕철·닐로·숀 등이 음원 차트에서 연이어 1위를 차지하자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는 페이스북 채널의 부상 등 소셜 마케팅 지형 변화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공정한 경쟁과 평가는 어느 분야가 발전하는 데 초석이 됩니다. 최근 음원 순위 조작에 관한 의혹이 제기되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또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우선 조사를 의뢰하고 추가 결과에 따라 검찰에도 이 문제를 의뢰할 계획입니다.”

7월18일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인 가수 박진영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가수 숀의 ‘웨이 백 홈’이 최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 ‘멜론 톱100’에서 1위를 기록한 게 계기였다. 인지도가 낮은 가수가 트와이스·블랙핑크·에이핑크·마마무·세븐틴 등 강력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을 누르고 1위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음원 사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숀의 ‘웨이 백 홈’은 6월28일 발매되었다. 20일 정도 지나 ‘차트 역주행’으로 1위에 올랐다. 7월18일 가수 윤종신씨도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어떡하든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며, 비슷한 문제의식을 담은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주)리메즈 제공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신인가수 닐로(사진)와 그룹 장덕철이 ‘멜론 톱100’에서 1위를 차지하자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었다.

대중음악계에서 음원 사재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가 차트 역주행으로 ‘멜론 톱100’에서 1위에 올랐다. 이른바 ‘닐로 사태’로 알려졌는데,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는 등 맥락은 비슷했다. 닐로의 ‘지나오다’는 2017년 10월31일부터 음원시장에 유통된 곡이었다. 그런데 4월12일 트와이스·마마무·위너의 신곡 등이 음원 차트에서 경쟁할 때 ‘지나오다’가 차트 역주행으로 1위에 오른 것이다. 아이돌 팬들을 중심으로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었고 언론은 이를 잇달아 보도했다. 마침 드루킹의 댓글 매크로가 이슈가 되던 때여서 이 사건은 ‘음원 매크로 사건’으로 알려졌다. 숀과 닐로 전에 그룹 장덕철의 ‘그날처럼’도 올해 초 차트 역주행으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장덕철은 닐로와 같은 리메즈 엔터테인먼트(이하 리메즈) 소속이다.

2016년 4월 설립된 리메즈는 직원 6명에 연 매출 6억6500만원을 올리던 곳이다(2017년 말 기준). 리메즈의 이시우 대표(27)는 친구들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노래하는 영상이 인기를 끄는 것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리메즈를 창업했다. 과연 이런 회사가 시가총액 8000억원 안팎의 대형 기획사를 제치고 음원 사재기로 1위를 만들었을까?

ⓒYouTube 갈무리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신인가수 닐로와 그룹 장덕철(사진)이 ‘멜론 톱100’에서 1위를 차지하자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었다.


‘음원 사재기’ vs 효과적인 ‘스텔스 마케팅’


이들이 음원 사재기를 했다는 것은 아직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 그렇다면 골리앗 기획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다윗은 어떻게 자신들의 선전을 설명할까?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스텔스 마케팅(Stealth Marketing)’이다. 소비자들이 마케팅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홍보하는 기법이다. 리메즈가 스텔스 마케팅의 전장으로 활용한 곳이 페이스북이다. 리메즈는 페이스북에 채널을 만들고 이른바 ‘스낵컬처(snack culture)’라는 흥미 유발 동영상을 올려 구독자를 늘려나갔다. 주로 ‘직캠 영상’ 등이다. 대중이 반응하는 영상은 대단한 내용이 아니라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모습, 클럽에서 춤추고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평범한 영상이다. ‘세로 라이브 영상’이라는, 스마트폰을 세워서 찍는 셀카 동영상도 꽤 인기다. 이런 동영상에 ‘소속사가 일을 안 해서 묻힌 가수’ 정도 글을 달아 올리면 이용자가 관심을 보인다. 리메즈는 페이스북에서 인기가 많았던 영상을 분석해 1분 내외, 마치 본편이 아니라 예고편 같은 동영상을 주로 제작했다. 동영상이 확산되기 시작할 때 페이스북 유료광고를 집행해 전파 속도를 높였다.

4월12일 닐로의 ‘지나오다’가 ‘멜론 톱100’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의 순위표.
리메즈는 이렇게 구독자를 늘린 채널을 음원 홍보에도 활용했다. 연간 300여 명에 이르는 가수가 음원을 홍보하는 데 리메즈의 채널을 활용했다. 올해 1월 닐로, 장덕철 등 뮤지션을 영입해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한 리메즈는 이런 소셜 마케팅 노하우를 자사 뮤지션들에게도 적용했다.

닐로의 ‘지나오다’가 활용한 페이스북 채널은 크게 세 종류였다. 하나는 리메즈 보유 채널, 다른 하나는 제휴 채널이다. 리메즈와 제휴 마케팅을 하는 채널은 서로 품앗이하듯 상대 영상을 업로드해준다.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디오>, <세상에서 가장 소름 돋는 라디오> <너만 들려주는 음악>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 하나는 일정 비용을 주고 동영상을 올린 채널이다. 리메즈는 닐로의 ‘지나오다’ 온라인 홍보비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집행한 금액은 700여만원, 다른 플랫폼 채널에 집행한 금액은 36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리메즈는 ‘지나오다’ 관련 동영상을 3월22일부터 올리기 시작했는데 바로 다음 날 제휴 채널에서 첫 번째 큰 반응이 나타났다. ‘지나오다’ 라이브 동영상에 16만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 채널에서 3월28일 일반인이 부른 ‘지나오다’ 커버 영상에 19만여 명, ‘지나오다’ 버스킹 영상에 24만여 명, 4월6일 장덕철과 같이 부른 ‘지나오다’ 영상에 61만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리메즈 보유 채널에서는 4월9일과 10일 ‘지나오다’ 커버 영상에 각각 36만여 명과 86만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마케팅 비용을 들인 곳에서도 3월26일 38만여 명이 ‘지나오다’ 영상에 ‘좋아요’를 누른 것을 비롯해 10만여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른 날이 5일 정도 있었다.  

이 마케팅 기간에 멜론 사이트의 ‘멜론 톱100’ 순위를 보면 3월22일 150위 정도였는데 3월23일 101위, 3월26일 81위, 3월28일 64위, 4월6일 25위, 4월10일 10위로 상승했다. 결국 4월12일, ‘멜론 톱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후 10일 정도 순위를 유지했다. 이런 추이를 보면 페이스북 채널에 올린 ‘지나오다’ 관련 동영상에 대한 반응과 멜론 사이트의 ‘지나오다’ 스트리밍 순위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 참조).

장덕철의 경우 2017년 11월28일 음원 발매를 시작해 2018년 1월2일 ‘멜론 톱100’ 1위에 올랐다. 이른바 역주행 기간이 35일 정도 걸렸는데 닐로의 ‘지나오다’ 때는 그 기간이 20일로 줄었다. 리메즈가 음원 사재기를 했다면 20일 동안 꾸준히 사재기 양을 늘리고 그 양을 일정 기간 유지했다는 말이 된다.

여기까지가 닐로의 ‘지나오다’가 ‘멜론 톱100’ 차트에서 수위에 오른 것과 관련한 리메즈 측 설명이다. 증명된 바 없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이른바 언론의 어뷰징 기사로 확대 보도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었다. 안철수 당시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도 이 사건을 키웠다. 4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닐로 사태와 드루킹, 그리고 여론조사 조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당시 안 후보는 “인디 가수 닐로의 음원차트 순위 조작 논란이 심각한 양상입니다. 기획사가 조직적인 음원 사재기로 1위를 만들고 유지하도록 했다는 건데, 10대·20대에겐 이런 게 바로 드루킹입니다”라고 썼다. 닐로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공연이 취소되고 행사 섭외가 무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공정위나 문체부, 콘텐츠진흥원 등 어느 곳에서도 음원 사재기를 했다고 확인해준 곳은 없었다. 이들의 반론을 주목하는 곳도 없었다.

대중음악계에서 소셜 마케팅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사례를 보면 닐로나 장덕철, 숀의 선전을 이해할 여지가 있다.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것은 2012년 여름이다. ‘강남스타일’ 전까지 싸이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는 200만 회 정도였다. 그때까지 유튜브에서 한국 가수 동영상 가운데 최대는 소녀시대의 ‘Gee’였는데 8200만 회 정도였다. 그런데 ‘강남스타일’은 한 달 만에 3000만 회를 넘겼고 이후 수억 회 조회를 기록했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상승 스타일을 보면 닐로 ‘지나오다’의 역주행을 설명할 수 있다. 당시 SM·YG·JYP 소속 가수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면 10일 동안 폭발적으로 조회수가 늘었다. 유튜브가 전략적으로 한류 동영상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영미권 이외 지역에서 한국 가수 인기가 높아지자, 유튜브는 이들을 활용해 영향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메인 화면에 한류 콘텐츠를 자주 노출했는데 YG 소속 가수이던 싸이도 이런 혜택을 누렸다. 당시 YG 소속 빅뱅이 유튜브 조회수가 많았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두 번째 변곡점은 YG 소속 걸그룹 2NE1 멤버인 산다라 박의 해외 팬들이었다. 이들이 트위터에서 적극적으로 언급하면서 ‘강남스타일’이 트위터 이슈 검색어에 올랐다. 세 번째 변곡점은 유명인의 언급과 해외 언론 보도다. 로빈 윌리엄스나 티페인 등이 자신의 트위터에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소개하자 언론이 이에 대한 보도를 시작했다. 네 번째 변곡점은 당시 유튜브의 유행이다. 당시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반응하는 리액션 동영상이 화제를 끌기 시작했는데 ‘강남스타일’은 여기에 가장 적합한 동영상이었다. ‘대중이 가속화하는 확산’의 효과를 본 셈이다.

이렇게 새로운 미디어는 새로운 승자를 부른다. 당시 유튜브가 새로운 음악 채널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승자에 몸을 실은 싸이도 월드스타가 될 수 있었다. SM·YG·JYP 등 대형 기획사들도 유튜브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한류를 확산시켰다.  

유튜브 라이벌로 부상한 페이스북 채널


흥미로운 지점은 페이스북 동영상 채널의 효과를 주로 신인 가수들이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 장덕철과 닐로, 그리고 최근에 차트 역주행으로 1위가 된 숀은 모두 페이스북 동영상 채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SM·JYP·YG도 유튜브 채널만큼 막강한 페이스북 채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영향력에 비해 페이스북 영향력은 조금 떨어진다. YG 소속 블랙핑크의 경우 유튜브 팔로어는 1000만명이 넘지만 페이스북 팔로어는 220만명 정도다. 조회수도 페이스북이 10분의 1 정도다. JYP의 오피셜 채널은 유튜브가 900만명이 넘지만 페이스북은 228만명 정도다. SM도 유튜브가 1513만명인 데 비해 페이스북은 552만명 정도에 머문다. JYP와 SM 소속 가수의 조회수도 페이스북이 유튜브보다 훨씬 적다. YG의 오피셜 페이스북 채널과 블랙핑크 채널 정도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번에 논란이 된 닐로나 숀 등 신인 가수 마케팅에 활용된 채널도 이들처럼 페이스북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채널의 영향력을 비교하면 음원 스트리밍 수 증가 추세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합뉴스
싸이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히트곡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유튜브를 통한 확산이었다.

유튜브가 한류 기획사를 우대했듯 페이스북 역시 ‘스낵컬처’ 동영상 채널을 우대했을 수 있다. 리메즈가 보유한 동영상 채널이나 이번에 마케팅에 활용한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디오> <세상에서 가장 소름 돋는 라디오> <너만 들려주는 음악> 등은 다른 회사 소셜 마케팅을 대행하면서 연간 페이스북 유료광고에 상당액을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음원 유통과 관련해 페이스북이 유튜브의 영향력을 능가한 것일까? 유튜브 동영상과 페이스북 동영상은 소비 패턴이 다르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는 동영상 아카이브(저장) 기능을 하는 곳으로, 동영상을 찾아보는 곳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구독자들이 동영상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곳으로 전달과 확산에 유리하다. 리메즈의 이시우 대표는 “초기 파급력은 페이스북 채널이 유튜브보다 더 위력적이다. 불과 몇 시간 만에 100만 회 조회를 기록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효과적인 소셜 마케팅을 통한 높은 도달률이 곧 곡의 인기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차트를 역주행해 1위에 오른 숀도 다른 곡은 ‘멜론 톱100’ 차트에 겨우 오를 정도였다. 장덕철의 경우도 비슷하다. 최근 신곡을 발표했는데 이전과 비슷한 도달률을 보이고 있지만 스트리밍 수치는 현저히 떨어졌다.

음원 사재기를 제기하는 측은 리메즈의 스텔스 마케팅이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텔스 마케팅 기법은 이미 다른 가수들도 활용하는 방식이다. ‘닐로 사태’ 당시 스텔스 마케팅을 비난했다가 자신의 노래도 이런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 알려져 비난을 들은 가수도 있었다. 리메즈 측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SNS를 활용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평가해주면서 왜 국내에서 소셜 마케팅으로 1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안 하는지 아쉽다”라고 말했다.

현재 문체부에서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조사를 해달라고 진정서를 낸 쪽이 바로 리메즈라는 점이다. 문체부는 현재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위해 업체를 선정하고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 측에도 협조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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