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이프 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낙태 시술 산부인과를 고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시술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 낙태 비용이 수십 배 증가하거나 외국으로 원정 낙태를 가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낙태 단속 이후 달라진 풍경을 취재했다.

글 싣는 순서
1)원정낙태, 고액 낙태 낙태 단속이 바꾼 풍경
2)20대가 청소년 성 상담소를 찾는 까닭
3
)성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10대

 


최근 전국의 여성· 청소년 상담소에는 비상이 걸렸다. 병의원 대다수가 낙태 시술을 중단하면서 임신·낙태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가 올해 1~2월 청소년 성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임신·낙태와 관련한 고민 건수가 전체(588건)의 11%를 넘은 걸로 나왔다. 임신한 19세 딸을 가진 부모는 수술을 해주는 병원이 없어서 이곳에 문의를 했다. 남학생의 부모로부터 본인 아들의 아이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얘길 들었다고 한다. 미성년자 임신은 낙태 단속 이전에도 합법적인 낙태 사유가 아니었다. 따라서 이런 상담을 받더라도 답변을 못 하거나 미혼모 시설로 연계하는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시사IN 안희태

박현이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기획부장은 최근 20대 여성으로부터도 상담 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낙태 단속이 강화되다보니 다급해진 20대가 청소년 상담기관에까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고발조치 이후 임신·낙태 관련 상담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행법상 합법적인 낙태 사유인 ‘강간에 의한 임신’에 대해서조차 증거를 까다롭게 요구하는 병원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경찰 고소장을 비롯해 심지어 사법부 판결문을 요구하는 곳까지 있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판결문이 나오기까지는 짧아도 수 개월이 걸린다. 사실상 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하는 셈이다. 당사자들의 신고율이 전체 강간 건수의 7%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라고 김씨는 말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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