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에자키(御前崎) 주민과 시민단체의 ‘탈(脫)원전’ 운동이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하마오카(浜岡)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정지시켰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4월 초 나고야 일대에 전력을 공급하는 ‘주부(中部)전력’에 대해 시즈오카 현 오마에자키 시에 있는 하마오카 원전의 원자로 운전을 정지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즉 하마오카 원전의 원자로 다섯 기 가운데 현재 가동 중인 4·5호기는 물론, 정기 점검 중인 3호기의 운전 재개도 당분간 동결하라는 요구이다(2009년 1월에 운전을 종료한 1·2호기는 앞으로 폐로 처분될 예정이다).

간 총리는 모든 원자로의 운전을 정지하라는 이유로 스루가 만을 진원지로 하는 ‘동해 지진’이 임박했다는 점을 들면서 “앞으로 30년 이내에 스루가 트로프(trough:해저 골짜기)에서 규모 8의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87%이다”라고 밝혔다.


ⓒAP Photo하마오카 원전(위)에 사고가 나면 무려 3000만명이 ‘죽음의 재’를 뒤집어쓸 수 있다.

하마오카 원전, 예상 진원지 한가운데 위치

주부전력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방파제 건설 등 지진과 쓰나미, 즉 지진 해일 대책이 완료되면 정부가 즉각 운전 재개를 허가한다”라는 조건을 달아 간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주부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하마오카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2∼3년 안에 높이 15m에 달하는 방조제(해일 따위를 막기 위해 해안에 쌓은 둑)를 건설하고, 원자로 내부 시설에 대한 내진 보강 공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오마에자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주부전력이 지진과 쓰나미 보강 공사를 마친다고 해도 활단층 위에 세워진 하마오카 원전의 재가동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마오카 원전을 완전 폐쇄하지 않으면 도쿄·나고야·시즈오카 등 수도권 일대가 30년 이내에 괴멸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경고한다.

〈시사IN〉 제184호에서 보도한 것처럼 스루가 트로프는 필리핀해 지각판과 유라시아 지각판이 마주치는 경계에 위치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100년 내지 150년 주기로 거대 지진이 일어난다. 예컨대 1707년에 발생한 ‘안세이(安政) 지진’은 규모 8.4로 추정되는 대지진으로, 후지산이 이에 촉발돼 16일 동안 대분화를 일으켰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루가 트로프는 1854년 이후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진 에너지가 폭발 직전의 임계상태에 도달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만약 스루가 트로프에 축적된 지진 에너지가 일거에 분출할 경우, 지난 3월11일 동북 지방을 강타한 규모 9.0을 능가하는 초거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하마오카 원전이 동해 지진의 예상 진원지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마오카 원전의 반경 8㎞ 이내에서 지진을 일으키는 활단층이 8개나 확인되었다. 게다가 활단층일 가능성이 큰 리니어먼트(Lineament:지질 구조선) 3개가 발견되었고, 그중 2개가 원전 부지 내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AP Photo5월7일 도쿄에서 열린 ‘원자력발전 반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 원자로 14기 추가 건설 백지화

전문가들은 또 사용 후 핵연료 1165개를 보관 중인 1·2호기 건물의 지하가 본래 하천 지대였다면서 원자로 건물의 ‘액상화 현상’을 경고한다. 즉 대지진이 엄습할 경우 수분을 머금은 지반이 액체 모양으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나 폐연료봉을 보관 중인 수조가 파손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이다.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자, 오마에자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2003년 7월 시즈오카 지방법원에 하마오카 원전의 운전 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시즈오카 법원은 2007년 10월 ‘하마오카 원전의 지진·쓰나미 대책이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의 소송을 기각했다. 주부전력도 주민들이 도카이 지진의 위험성을 제기할 때마다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80년에 한 번, 진도 6 이상 지진 확률은 250년에 한 번, 진도 7 이상 지진 확률은 400년에 한 번’이라는 수치를 들어가며, 하마오카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해왔다. 주부전력은 또 바닷가에 높이 10m 내지 15m에 달하는 모래언덕을 쌓아놓으면 “최대 8m에 달하는 쓰나미가 밀려온다 해도 원자로 건물이 입는 피해는 경미하다”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 같은 ‘안전 신화’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예컨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를 8.0, 쓰나미 높이를 5.5m로 상정했다. 그러나 실제 일어난 지진은 규모 9.0, 쓰나미 높이는 상정한 수치의 3배에 가까운 15m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오마에자키 주민과 시민단체뿐 아니라, 원전 추진파 그룹에도 큰 충격을 던졌다. 만약 수도권과 가까운 하마오카 원전에서 원자로의 멜트다운, 즉 노심 용융 사고가 일어날 경우 3000만명이 ‘죽음의 재’를 뒤집어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위험한 것은 하마오카 원전뿐 아니다. 일본의 원자로 54기 모두가 지진과 쓰나미에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각 지역의 전력회사들은 내진 보강 공사와 방파제 및 방조제의 높이를 수m 이상 끌어올리는 둑 보강 공사를 일제히 개시했다.

일본 정부도 원전 공포증을 불식하기 위해 2030년까지 원자로 14기 이상을 추가로 건설해 원자력발전의 비율을 현행 29%에서 50%로 끌어올린다는 ‘에너지 기본 정책’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자료에 따르면, 1㎾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 비용은 원자력발전이 5∼6엔, 화력발전이 7∼8엔, 풍력발전이 10∼14엔, 태양광발전이 49엔이다. 그러나 전력회사의 재무제표에서 발전 비용을 역산한 한 전문가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의 발전 비용은 수력 7.26엔, 화력 9.9엔보다 훨씬 많은 10.68엔이나 된다.

‘탈원자력 발전’은 지진과 쓰나미, 화산 분화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지상 과제이다. 만약 활단층 위에 세워진 하마오카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처럼 멜트다운 현상을 일으킬 경우 그 비극은 일본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하마오카 원전의 가동 정지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위안거리가 아닐까.

기자명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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