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마다 기차 안에선 신음 같은 중얼거림이 들렸지. “계속 서쪽이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야 하는지는 도시 몰랐소. 칭얼대던 애들도 잠잠해지고 날짜 헤기를 그만두고도 기차는 그저 서쪽으로 달렸지. 카자흐스탄 땅에 발 디뎠을 때 눈에 익은 풍경이라곤 파란 하늘과 태양뿐, 흙도 물도 공기도 낯설고 느끼하고 메스꺼웠소. 부모에게 버림받아 길바닥에 팽개쳐진 갓난아이나 그 마음을 이해할까.
살아야 했소. 이름 높던 홍범도 장군이 극장 수위로 여생을 마쳤듯 끌려온 고려인들은 땅을 갈든 양을 치든 아등바등 살아내야 했소.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그들의 속담을 들려주며 위로했지. “어제보다 더 먼 것은 없고, 내일보다 더 가까운 것은 없다.” 우리에게 어제는 이미 없었지만 내일이 가깝다고 느껴진 적도 없소. 우리는 항상 오늘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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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갖지 못한 사회
우산을 갖지 못한 사회
사진 윤성희·글 전혜원 기자
이 땅에서 일하는 열 명 중 아홉 명에게는 우산이 없다. 비정규직 100명 가운데 비를 피할 우산이 있는 사람은 3명이 채 못 된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면서 우산의 보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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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이름을 가진 할머니의 삶
세 개의 이름을 가진 할머니의 삶
사진 안세홍·글 변영주(영화감독)
1994년 중국 무한(武漢·우한)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무한 인근의 당시 일본군 해군기지에서 강제로 위안소 생활을 했던 할머니들. 일본군은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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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싸우는 아이들
아베와 싸우는 아이들
글·사진 안해룡
일본 고등학교의 수업료 무상화 제도가 2010년 4월 시작되었다. 그해 11월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자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해서만 수업료 무상화를 유보했다. 사실상 배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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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쓰레기 처리장의 대명사
전자 쓰레기 처리장의 대명사
사진 신웅재·글 공유정옥(반올림 활동가·직업환경 전문의)
2016년 세계인들이 버린 전자 쓰레기 4500만t 중 80%는 중국이나 아프리카에서 비공식적으로 재활용 처리된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아그보그블로시(Agbogbloshie)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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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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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동근·글 최은영(소설가)
사진작가의 말에 따르면 보티투 씨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남편의 허락이 필요했다고 한다.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아니더라도 결혼 관계에서 두 배우자는 동등한 관계를 보장받아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