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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방당국, 삼성 이산화탄소 사고 예견했다

2018년 10월 08일(월) 제578호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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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3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도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있었다. 당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삼성전자의 소방관련법 위반을 지적했다. 4년 전 ‘우려’는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2014년 3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도 9월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있었다. 2014년 3월27일 새벽 5시9분 수원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서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오작동해 이산화탄소가 지하 변전실에 방출되었다. 당시 변전실 인근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김 아무개씨가 방출 1시간6분 만인 오전 6시15분 숨진 채 발견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부검 결과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해 4월10일 시민단체들이 삼성전자 관계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5년 5월 검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 등을 들어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질식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안전조치 의무 위반사항도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당시 소화설비가 오작동한 원인으로 화재 신호를 받아서 전파하는 기구인 ‘수신기’ 내부에 물이 들어가 합선된 것이 지목되었다. 물이 들어가 수신기 내부 판이 하얗게 변했지만 “정기 소방시설 점검 태만”으로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고 소방 당국은 지적했다. 이뿐 아니다. 사고 직후인 2014년 4월4일부터 4월16일까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삼성전자 소방 분야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시사IN>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14년에 작성된 ‘삼성전자 소방 분야 특별점검 결과보고’ 문건을 보면, 소방관련법 위반 79건(과태료 4건, 시정 보완 명령 32건, 현지 시정 43건)이 확인되었다.
ⓒ연합뉴스
2014년 3월2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협력업체 노동자가 숨졌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법 위반 지적과 더불어 4개 분야 17건에 대해 ‘안전 컨설팅’을 진행했다. 당시 소방 당국이 지적한 문제점과 개선사항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었다. “노후 CO₂(이산화탄소) 소화설비(5개소) 안전사고 발생 우려(소화가스 누출 등). 질식 우려가 적은 청정 소화설비로 변경 설치 권장.” 이는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에 내린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 명령’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이산화탄소를 안전한 청정 약제로 교체하라.” 정부가 ‘권장’을 넘어 ‘명령’한 사안이다.

하지만 4년 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지적한 일련의 문제점 역시 이번 사고에서 그대로 반복되었다. 이미 4년 전 소방 당국은 노후 이산화탄소 설비에서 가스 누출 등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는데, 이번 사고에서 파손된 밸브는 22년 된 노후 밸브였다. 당시에도 지적된 소방시설 부실 점검 여부도 당국은 조사하고 있다. 소방 당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사고 당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작동 전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다. 당시 소방 당국은 “가스계 소화설비 설치 장소 안전장비 미흡(소화설비 작동 시 질식사고 우려)”을 지적하며 “가스계 소화설비 설치 장소 인근 산소 농도측정기 및 자동경보장치 설치”를 권장했으나 이번 사고에서 자동경보장치는 꺼져 있었다. 2014년 사고에서 숨진 협력업체 직원은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고, 소방 당국은 “소방안전 및 재난대응훈련·교육 미흡(협력사 훈련·교육체계 미비)”을 지적했다. 이번 사고 뒤 삼성전자 방재실 박 아무개 과장은 “(업체 직원들에게) 이산화탄소 오방출 사고 관련 교육을 실시한 사실은 없다”라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저희 회사 전기팀과 협력업체 작업자 리더(책임자)들이 안전교육을 실시한 건 확인했다. 교육과 무관한 분이 답변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자체 소방대’ 대응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 사고에서 삼성전자 자체 소방대는 이산화탄소가 방출된 새벽 5시9분으로부터 1시간6분이 지난 오전 6시15분에야 숨진 피해자를 발견했다. 삼성전자는 방출 2분 만인 5시11분 자체 소방대가 출동했다고 밝혔지만, 1시간여 동안 구호 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유족은 장례를 연기하고 현장 CCTV 기록과 자체 소방대 출동기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며 3박4일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사고 직후 소방 당국은 “119 신고체계 부재(모든 재난 시 자체 소방대 대응)” “자체 소방대(3119 구조단) 체계적 훈련 및 현장 활동 매뉴얼 미흡(화재·구조·구급 대처능력 부족)”을 지적했다. “재난 발생 시 119 신고체계 구축 및 삼성↔소방 핫라인 설치 필요. 사내 위기대응 매뉴얼 수정(현 3119 신고→119 신고)”을 삼성전자에 권장했다. 하지만 4년 뒤 사고에서도 삼성전자는 자체 소방대로 대응한 뒤 사망자가 발생한 후에야 외부에 신고했다. 그나마도 119가 아닌 한강유역환경청에 처음으로 신고했다.

삼성은 어떤 대책 세웠고 정부는 무얼 했나

삼성 반도체공장 직업병 피해자를 위해 활동해온 공유정옥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활동가(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지역은 다르지만 엄연히 같은 기업 삼성전자가 관리하는 사업장이다. 그런데 4년 전 굉장히 비슷한 양상으로 사람이 죽었는데도 사실상 동일한, 하지만 예외적인 사고가 반복되었다. 2014년 사고에서 삼성전자가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고 정부는 무얼 했으며, 대책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산재 대응과 관련해 활동해온 이들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로 삼성의 ‘폐쇄주의’를 꼽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다. 2013년 1월27일 오후 2시11분 협력업체 노동자가 최초로 불산 누출을 발견했다. 밸브 이음쇠 노후화와 볼트 부식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1월28일 오전 0시13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밸브 교체 작업을 벌였고, 이후에도 불산이 계속 누출되자 그날 오전 4시36분 추가 보수 작업을 했다. 이를 완료한 뒤인 그날 오전 7시45분 1, 2차 보수 작업에 투입된 박 아무개씨가 목과 가슴에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되어 오후 1시에 사망한 사건이다. 삼성전자는 당일 오후 1시56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불산 누출 내용 없이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 사실만 신고했는데, 이것이 첫 외부 신고였다. 이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삼성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을 1934건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3년 5월 같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2차 불산 누출 사고로 3명이 부상당하고, 2013년 7월 역시 화성사업장에서 암모니아 가스가 누출되어 4명이 부상을 입는 등 사고는 반복되었다.

2013년 경기도의회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민·관 합동조사단’에 참여했고, 현재 이산화탄소 방출 사고 경기도 민·관 합동조사단에도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장동빈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삼성은 매번 고용노동부나 소방 당국으로부터 지적받고 완벽하게 조치했다고 한다. 안전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교차 점검이 반드시 필요한데, 삼성은 늘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자체 소방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리하는 법적 장치가 없다. 안전 관련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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