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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 우리 몸이 세계라면

2019년 01월 11일(금) 제591호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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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콜링
이소호 지음, 민음사 펴냄


“캔버스에 이미 찢어진 집을 그린다.”


캣콜링(cat-calling)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희롱하는 행위를 뜻한다.
프랑스 의회는 2018년 8월 ‘캣콜링 처벌법’을 통과시키고, 이를 어길 경우 최소 90유로에서 최대 750유로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캣콜링’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어떤 내용을 읽게 되겠구나’ 예상할 수 있다. 장은정 문학평론가는 제목이 주는 상투성이 시집의 어떤 내용들을 ‘읽을 수 없게’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상투성을 넘어 ‘제대로’ 읽기를 시도할 때 시집의 가치가 드러난다.
사진·그림·타이포그래피 등 시각 요소를 활용한 시가 눈에 띈다. 4부 ‘경진 현대 미술관’의 시들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니키 드 생팔 등 여성 아티스트의 작업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철학으로 현대음악 읽기
박영욱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아름다운 화음과 선율이라는 인위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만이 음악의 임무는 아니다.”

현대음악은 어렵다. 현대철학도 어렵다. 그런데 현대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음악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 어려운 걸 해낸다. 오히려 철학에 비추어 음악을 설명하니 쉽게 이해되고, 음악에 대비해 철학을 설명하니 개념이 선명해진다. 산문적인 랩에 바탕을 둔 힙합이 지금까지 어떤 음악보다도 더 현실적인 음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저자는 철학적으로 논증한다.
철학가와 음악가는 때로 날카롭게 부딪치기도 한다. 철학자 아도르노가 “곡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흐릿한 형상마저도 발견할 수 없었다”라며 “난수표처럼 무의미한 숫자들의 집합”이라고 혹평하자, 독일의 작곡가이자 이론가인 슈토크하우젠은 “추상화에서 병아리를 찾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의 힘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청림출판 펴냄

“일에만 파묻혀 있으면 판단력을 잃고 만다.”


제목만 보고 집어 들었다. ‘일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미 과부하에 걸린 이들일 것이다. 요즘 시대의 일은, 몰리는 사람에게는 위험할 정도로 몰리는 데 비해 없는 사람에게는 조금도 주어지지 않는다. ‘일이 있다’는 상황에 감사히 여기라는 말도 흔히 듣는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정을 계획하고 통제하고 있나? 그렇다고 믿고만 있는 건 아닐까? 근무시간이 아닌데도 메시지를 받고, 이메일과 SNS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은 피로를 유발한다. 쉬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일을 생각하고 일에 또 떠밀린다. 책은 유대 문화의 안식일, 즉 종교에서 휴식이란 무엇인지 해석한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쉬어야 낫는다’는 지혜를 역사로 증명하니, 상사에게 이 책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추상화가들도 과학자들과 비슷한 방법론을 써서 목표를 성취한다.”


저자 이름만으로 책 소개가 끝날 때가 있다. 에릭 캔델이 그렇다. 그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뇌과학자이자, 초일류 과학 저술가다. 전작 <통찰의 시대>로 예술과 뇌과학이라는 전혀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놀라운 능력, 책 제목 그대로 통찰력을 보여준 바 있다. 캔델의 특기는 전혀 다른 영역을 엮어내는 통섭적 글쓰기다. 그가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로 돌아왔다. 이번엔 현대 추상미술이다. 이 대가는 현대 추상미술과 뇌신경과학을 양손에 들고, 하나만으로도 골치 아픈 주제 둘을 곡예하듯 하나의 화폭에 담아 보여준다. 핵심 키워드는 ‘환원주의’다. 현대미술과 뇌신경과학이 환원주의라는 강력한 도구를 이용해 어디까지 영토를 넓혔는지 종횡무진 전개한다. 대가의 솜씨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펴냄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입니다.”


책 커버를 펼치자마다 저자의 손 글씨가 보였다. ‘항상 건강하시길 김승섭.’ 단순히 개인의 웰빙을 기원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아서일까.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사회와 이를 구성하는 개인의 안녕 모두를 위해 함께 건투하겠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 꾸준히 연구해온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고려대)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대로 책은 “역사와 과학을 줄기 삼아 인간의 몸과 질병에 대해 논한다”.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어떤 지식은 보이고 또 보이지 않는지를 담배회사 사례 등을 빌려 설명한다. 세심하게 고민하고 이를 성실하게 논증하는 연구자와 당대를 살아간다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책이다.


북한 여행 회화
김준연 지음, 채유담 그림, 온다프레스 펴냄

“몇 그람 하시겠습니까? (얼마나 주문하시겠습니까)”


우리가 북한 말을 흉내 내는 방식은 단순하다. 과장된 억양에 ‘~라우, ~합네다’ 같은 말미를 더하는 식이다. 현재 이화여대에서 북한 사회학으로 박사과정 중인 북한 이탈주민 허서진씨에 따르면, 그런 표현을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다. 대부분 공용어인 ‘문화어’를 쓰고 남한의 말과 다른 건 억양과 어휘뿐이라고. 우리는 북한 말을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었던 걸까. 중·고등학생에게 국어를, 외국인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김준연 여행 작가가 남한 표준어와 북한 문화어의 차이를 살펴보고 서로 대화를 나눌 때 일어날 법한 일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렸다. 새로운 방식의 여행기이자, ‘북한어 안내서’다. 머지않은 미래의 풍경이라고 상상하면 더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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