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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의 ‘갑질’에 대처하는 현명한 ‘을질’

2019년 01월 31일(목) 제593호
김남주 (변호사)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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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지만 원·하청 관계에서는 ‘법대로’가 잘 안 된다. 2011년 3월 하도급법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대표적이다. 하도급법을 위반해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원청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액의 3배까지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제도만 봐서는 손해배상이 두려워 원청이 ‘갑질’할 엄두를 못 낼 것 같다.

하지만 이 제도가 생긴 지 8년 가까이 됐음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은 사건은 단 1건이며 손해액의 1.5배가 인정됐을 뿐이다. 나머지 사건에서는 하청업체가 모두 패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논의되는 것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10배로 올린다고 한들 하도급법이 잘 지켜질까.
현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 사건을 적극 조사해 제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청업체 기술을 탈취했다 적발된 두산인프라코어 사건, 서면을 교부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후려쳤다가 과징금 108억원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된 대우조선해양 사건이 있다.

하청업체의 4대 대응책

ⓒ윤현지

하도급법에는 하청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 원청업체가 미리 계약서를 교부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기초적인 법률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에 계약서 총 1800여 건을 작업 시작 전 교부하지 않았다. 관행처럼 ‘선작업 후계약’ 방식으로 일을 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이 의도적으로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는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행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원청 갑질에 시달린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릴 때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첫 번째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자료, 즉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요즘 원·하청 거래도 대부분 전산으로 자료가 전송된다. 문제는 계약이 종료되는 순간 원청 전산망에 접속할 권한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거래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거래 자료를 다운로드하고 때로는 그것을 출력해둬야 한다. 어떤 전산 시스템은 접속 권한이 상실된 이후 다운로드해둔 파일을 열려고 하면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이다. 여러 업체가 공동대응을 할 경우 원청의 압력을 견디는 힘이 커지고, 피해 업체끼리 정보도 공유해서 증명하기가 쉬워지는 장점이 있다. 한 원청업체에 대해 5년 동안 15개 이상 하청업체가 신고를 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사건을 본부에서 직접 처리한다. 신고가 많은 빈발 사건의 경우 중요 사건으로 분류하고 역량을 집중 투입해 원청의 행태 전반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조사한다. 공동대응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도 기대해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선 업종의 하도급법 위반 신고가 폭주하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 대해 대대적으로 본부 조사관을 투입해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세 번째로 중소벤처기업부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상생협력법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는 위·수탁 거래에 대한 조정권, 조사권, 시정명령권 등 행정권한이 있다.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 말 공정경제추진단을 출범시키면서 위·수탁 거래에 관한 행정권한을 활용해 적극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이 있다. 하청업체가 납품 중단 태세를 보이면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지는 말아야 한다. 최근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들이 납품을 중단하면서 피해 보상을 받은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 사법 당국은 납품 중단을 협박으로 보았다. 하도급 갑질로 피해를 본 하청업체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행위는 당연한 일인데도 무리하게 기소하고 형을 가하는 검찰과 법원의 태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법 당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하청업체는 이 대목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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