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캐릭터 아래 ‘두눈부릅’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이 스티커를 가슴팍에 단 시민 방청인들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의 법정 곳곳에 앉았다. 피고인별 재판 현황, 사법농단 낱말퀴즈 등이 담긴 17쪽짜리 소책자를 손에 쥐었다. ‘법알못’ 탈출을 위한 형사재판 설명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혐의 등이 쓰여 있어 재판 방청의 보조재 구실을 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농단TF가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재판을 감시하자는 차원에서 시민 방청단을 꾸렸다.

실무를 총괄한 김희순(38)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시민감시1팀장은 ‘연인원’ 100명만 모여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사법농단 이슈는 아무래도 낯선 법률 용어가 많아 어려운 데다가, 평일 낮 시간에 법정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고 짐작했다. 예상과 달리 첫 번째 공판 방청부터 30여 명이 신청했다. 다음 방청 사전 신청도 80명이 넘는다.  

ⓒ윤성희


그래서 활동에 ‘두눈부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국회는 법관 탄핵에 제자리걸음이고, 법원은 징계 판사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사법농단 관련 문건 404건을 공개하라는 1심 판단을 뒤엎고 비공개 결정을 한 2심 재판장이 사법농단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시민들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감시뿐이었다. 지켜보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명확하게 인지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이러한 시민을 위한 참여의 장을 마련했다. 원래 ‘두눈부릅’ 글자가 쓰인 티셔츠를 나눠주려 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스티커로 대신했다. 그래도 한 명당 눈동자 4개가 사법농단 법정을 주시하는 셈이다. 지속적인 감시를 위해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법관의 배신! 우리가 두 눈을 부릅뜬 이유’)도 개설했다.

김 팀장이 속해 있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법원 개혁과 함께 검찰 개혁 요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 2년 검찰 보고서〉를 펴냈다. 그는 김태일 간사와 함께 몇 달 동안 검찰 인사 자료를 뒤지고 정보공개 청구를 해 ‘관심 사건’ 주임검사 이름을 일일이 확인했다. 비공개를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빈칸으로 두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해 매년 펴내는 참여연대의 검찰 보고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자료임에도 제본된 책으로 갖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와, 작년부터는 유료 판매도 한다.

전국 검사 2000여 명에게 보낸 이번 보고서의 제목은 ‘백년하청(百年河淸) 검찰 개혁, 날개 다는 검찰 권력’이다. 중국의 황허강이 맑을 때가 없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처럼 오랜 시일이 지나도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 팀장은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탈검찰화는 진전된 면이 있으나 검사의 다른 정부기관 파견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법관의 배신! 우리가 두 눈을 부릅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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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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