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민주주의 끝에 다가온 존엄사의 길 파리∙이유경 통신원 3월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조력사망법에 대한 계획을 밝혀 프랑스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18세 이상 성인이 중단기 사망선고를 받고 만성통증이 있는 불치병에 걸린 경우 ‘조력 사망’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초 신청 이후 이틀간 재고 기간을 둔 뒤 의료진의 공동 합의를 거쳐 조력 사망을 승인하는 식이다. 의료진은 양심의 자유에 따라 조력 사망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환자는 절차 중 통증완화제 투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마 프랑스에서 농민들이 ‘아스팔트 농사’ 나선 까닭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 농민 시위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프랑스 농민들은 지난 1월부터 전국 주요 도로를 트랙터로 점령하는 등 시위를 벌여왔다. 가브리엘 아탈 신임 총리는 농민 대표 단체인 프랑스 전국농민연맹(FNSEA), 청년농부단체, 농촌연합과 10시간 넘게 협상을 벌였다. 협상 이후 2월1일 여러 대책안을 내놓았다.식량주권법 도입, 축산 농가에 1억5000만 유로(약 2167억원) 지원, 국산 농산물 표기 감독, 에코피토(Ecophyto, 살충제 사용 축소) 계획 중단, 농업 상속 면세 기준 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런 올림픽 기간 파리, 지하철 요금이 두 배? 파리·이유경 통신원 2024 파리 올림픽 개최를 5개월여 앞둔 프랑스가 난맥을 드러내고 있다.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의 각종 도시문제부터, 주최 측의 행정적 혼선까지 이어진다. 당장 수도 파리의 인프라 문제가 도드라진다. 특히 대회 기간 중 대중교통 운영 문제는 오래전부터 난항이 예상되어온 문제다.지난해 11월28일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도지사는 올림픽 기간인 7월20일부터 9월8일까지 지하철 운임을 두 배가량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파크레스 도지사는 “(올림픽 기간) 방문객들에게 적절한 가격”이라며 월 정기권을 이용하는 파리 시민들을 제외 한국을 롤모델 삼는 프랑스의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파리∙이유경 통신원 지난 1월4일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는 ‘한국은 바이오 폐기물 분리수거 챔피언’이라는 특별방송을 내보냈다. 기자는 20년 넘게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행해온 한국은 수거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고 밝히며 식당, 아파트, 분리수거장 등을 방문해 어떻게 수거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보도했다.프랑스의 이런 관심은 2024년 1월1일부터 적용된 ‘바이오 폐기물(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의무화’에서 기인한다. 프랑스 정부는 2020년 ‘순환 경제를 위한 폐기물 방지법(AGEC)’과 2018년 유럽 ‘폐기물 기본 지침’에 따라 최연소 총리, 프랑스의 미래를 맡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1월9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가브리엘 아탈(34)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프랑스 공화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최초의 동성애자 총리다. 이번 총리 선정은 마크롱 대통령이 대국민 신년사에서 약속한 ‘시민적 재무장 및 정부 쇄신’을 이루기 위한 파격적 행보였다. 아탈 총리는 임무가 막중하다. 야당 의원들을 설득해 국정 전반 정책에 대한 과반수 의회 표결을 추진하고, 6월9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28)에 맞서 유럽의회 선거를 치러야 한다. 또한 오는 7월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짧은 머리’ 미스 프랑스, 프랑스 사회를 흔들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2023년 12월16일, 제94회 미스 프랑스 대회에서 북부 노르파드칼레 지역 대표인 에브 질이 '우승'했다. 2003년생인 그는 프랑스 북부 릴 대학에서 수학 및 정보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에브 질의 우승은 프랑스 사회에서 여러모로 화제였다. 그의 어머니는 인도양 남쪽 마다가스카르 인근에 있는 프랑스령 레위니옹섬 출신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프랑스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곳이다. 본선 대회 직전 레위니옹 지역 라디오 '앙텐 레위니옹(Antenne Réunion)'과의 인터뷰에서 에브 질은 “제가 우승한다면 레위니옹의 일부도 우 17.7%까지 치솟은 프랑스의 생활물가 인플레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 국민들이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농업으로 유명한 프랑스는 식료품 자급도가 높은 국가다. 식품 대외의존도가 20%에 그친다. 그러나 최근 유럽 주변국과 가격경쟁을 하면서 각종 과일과 채소 등의 수입률이 40~60% 올랐다. 지난해 7월 상원이 게재한 ‘경제주권 재건을 위한 5개안’에 따르면, 주요 소비 품목인 버터와 밀가루 반죽(생지) 등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밀과 쌀의 경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인도의 수출통제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어온 전기요금 프랑스는 어떻게 동성 부부 출산을 받아들이게 되었나? 파리∙이유경 통신원 지난 8월, 김규진·김세연 부부 사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여성 동성 부부인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생활한 경험이 아이를 갖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동성 커플 사이에서도 아이를 얼마든지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2021년 생명윤리법이 개정되면서 비혼 여성과 레즈비언 커플에게 불임 치료(체외수정)를 허용했다. 법 개정을 통해 결혼 여부, 이성애 가족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갖고 기를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는데,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 수많은 논의가 있었다.프랑스 극우 편집장 임명에 반발한 기자들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 국민의 일요일을 함께한 주간지 〈일요신문(Le Journal du Dimanche·JDD)〉이 창간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 JDD는 1948년부터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같은 유력 정치인을 인터뷰하고, 각종 전문가들의 논단을 제공해왔다. 이 주간지가 기자들의 파업으로 5주 동안 발행을 멈췄다.극우 성향 주간지 〈발뢰르 악튀엘(Valeurs Actuelles)〉의 전 편집장 조프루아 르죈을 신임 편집장으로 임명한 게 파업의 원인이다. 르죈은 극우 평론가 출신이며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프랑스의 트럼프’ 에리크 프랑스의 기후 정책, 고쳐 쓰면 지원금을 드립니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아껴 쓰고, 고쳐 쓰고, 오래 쓰는 것도 기후 대책이 된다. 프랑스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자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2월에 제정한 ‘순환 경제를 위한 낭비방지법(일명 AGEC법)’이 시초다. 기존 생산·소비 방식을 자원순환형으로 바꿔서 낭비를 막고 생물 다양성과 환경보호를 추구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다섯 가지 정책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정보 제공, 낭비 방지 및 재활용 장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 제품을 사야 하는 ‘계획된 구식화’ 시스템 방지, 그 흉기 난동,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6월8일, 프랑스 남동부 안시의 한 공원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해 어린이 4명, 성인 2명이 다쳤다. 어린 아이들이 피해를 당했다는 점, 잘 알려진 공원의 놀이터에서 범행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피해 아이들 중 한 명은 생후 22개월, 두 명은 두 살, 나머지 한 명은 세 살이다. 이 중 두 명은 각각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여행 온 아이들이었다. 성인 피해자는 70대 남성 두 명인데, 용의자가 어린이들을 다치게 한 뒤 달아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6월9일, 78세 피해자 유수프 메리크는 일간지 〈르 프랑스를 뒤흔든 미술 작품 페인트 테러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 파리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 전시 중이던 한 예술품이 반달리즘(문화유산, 예술품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의 표적이 됐다. 2월17일부터 5월14일까지 열린 스위스 작가 미리암 칸의 ‘내 일련의 생각(Ma pensée sérielle)’ 전시에서 작품에 불만을 품은 한 80대 남성이 해당 작품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지난 5월7일 오후 3시30분쯤 약병에 담아 숨겨서 들어간 보라색 페인트를 작품 위에 뿌렸다. 이후 미술관 보안요원들에 의해 저지된 후 경찰에 연행됐다. 파리를 마비시킨 프랑스 환경미화원 파업 파리·이유경 통신원 3월28일,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며 3주 넘게 계속되던 프랑스 환경미화원 파업이 막을 내렸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이날 공식 발표에서 “더욱 강력한 파업으로 돌아오려면 노동자들과 재논의·재정렬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파업 중단의 원인으로 참여 인원 감소를 꼽았다. 3월24일 파리 시청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수거되지 않은 거리 위 쓰레기는 1만500여t에 달했다. 파리시는 파업이 중단된 다음 날인 3월29일 아침, “평소 수요일보다 25% 더 많은 총 137대의 쓰레기 수거 차량이 운영됐다”라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프랑스 연금 개혁 둘러싼 정부·정당·노조의 줄다리기 파리·이유경 통신원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을 두고 프랑스 사회 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재임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새 총리 엘리자베트 보른을 앞세워 대통령 선거 공약이던 연금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1월10일 열린 공식 회견에서 보른 총리가 발표한 연금 개혁안 상세 내용에 대해 반발이 크게 일었다. 해당 안의 골자는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나이(정년)를 62세에서 64세로 늦추고, 연금 납입 기간도 단계적으로 총 43년까지 늘리는 것이다. 이 밖에 15~19세부터 수습 기간을 포함해 일해온 ‘장기 경력 노동자’들의 파리 시내 한낮의 총성, 인종차별 범죄인가 정치적 테러인가 파리·이유경 통신원 지난해 12월23일 파리 10구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피해자 6명 중 5명은 쿠르드족이었다. 사건은 정오쯤 앙기앵 거리의 식당, 미용실, 아흐메트-카야 쿠르드 문화센터에서 벌어졌다. 체포된 용의자는 윌리암 M.이라 불리는 69세의 프랑스 남성이다.프랑스 검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고의적 살인 및 폭력, 무기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현장을 찾은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범인이) 외국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확실하지만 특별히 쿠르드족을 겨냥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내무부는 튀르키예 아니 에르노의 ‘개인적 경험’은 어떻게 ‘사회적 글쓰기’가 되었나 파리·이유경 통신원 지난 10월6일 올해의 노벨 문학상이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아니 에르노에 대해 “개인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예리하게 탐구한 작가로 젠더·언어·계급 측면에서 첨예한 불균형으로 점철된 삶을 여러 각도에서 지속적으로 고찰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개척해왔다”라고 밝혔다. 수상 직후 에르노는 “노벨 문학상 수상은 큰 영광이며 세상의 정의와 올바름을 증언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프랑스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다. 올해를 포함해 수상자가 총 16명 나왔다 마크롱의 수신료 폐지 공약에 제동이 걸린 까닭 파리∙이유경 통신원 5월 재출범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방송 수신료 폐지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수신료 폐지는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공약 중 하나다. 대선 당시 프랑스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한 국정 과제는 ‘구매력 향상’이었다. 지난 대선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워진 민생 챙기기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자,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후보는 수신료를 걷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수신료 폐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공영방송의 재정 독립성에 해롭다는 지적이 나온다.프랑스는 1933년 라디오방송부터 공영 프랑스의 배달 라이더들, 노동자 지위 인정 받았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딜리버루(Deliveroo)는 다국적 음식 배달 플랫폼이다. 본사가 있는 영국을 비롯해 세계 10개국에 진출했다. 프랑스 300개 지역에서 1만5000여 개 식당과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2020년 기준). 지난 4월19일 ‘딜리버루 프랑스’는 직원으로 고용해야 할 배달원을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위장도급을 맺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파리형사법원은 딜리버루 프랑스에 벌금 37만5000유로(약 5억원)를 부과했다. 2015년과 2017년 사이 배달원을 노동자로 등록하지 않고 사회보장비·급여세 등을 의도적으로 내지 않았다는 혐의다. 정신적 연임 성공한 마크롱, 르펜이 싫어서 ‘미워도 다시 한번’ 파리∙이유경 통신원 지난 4월24일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득표율 58.54%로 재임에 성공했다.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의 연임 대통령이다. 그런데 만만치 않은 부정 의견이 감지된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소프라 스테리아(Ipsos-Sopra Steria)가 대선 직후 시행한 조사에서는 국민 46%가 마크롱 대통령의 재임에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80% 이상이었던 대선 투표율 역시 이번엔 71.99%에 그쳤다.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대선 투표율이다. 응답자 중 42%는 안갯속의 파리 4월의 승자는? 파리∙이유경 통신원 100일이 채 남지 않은 프랑스 대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1월7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가 일간지 〈르파리지앵〉과 라디오 프랑스앵포에 게재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 지지율 26%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17%, 공화당(LR)의 발레리 페크레스가 16%, ‘재정복(Reconquête)당’의 에리크 제무르가 12%,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당’의 장뤼크 멜랑숑이 9%의 지지율을 얻었다.마크롱 대통령은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