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아프간의 여성들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이상엽 (사진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수도 카불로 재입성했다. 2000년대 초 당시 아프간을 지배했던 탈레반은 9·11 사태의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넘겨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로 인한 미국의 침공으로 쫓겨났다가 20년 만에 권력을 되찾은 것이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 탄압 등 상상을 초월하는 중세로의 반동 정치를 통해 아프간 시민은 물론 전 세계를 경악시킨 바 있다. 이번엔 민간인 학살은 물론 교전도 없이 무혈입성했지만 카불은 공황에 빠졌다.사진을 보면 직관적으로 과거의 것인지 현재 또는 미래(예컨대 SF 영화의 스틸컷)의 것인 사진, 예술 작품이기 전에 그저 실제 세계의 투영이다 이상엽 (사진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사진의 고귀한 가치를 알려주는 흔치 않은 영화다. 그 고귀함 역시 영화 제작 자본의 욕망으로 어느 정도 분칠이 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 월터 미티와 사진가 숀 오코넬의 대화를 곰곰이 들어보면, 사진은 고귀한 동시에 하찮은 것이다. 눈표범을 발견한 순간 셔터를 누를까 말까 머뭇거리는 숀에게 월터가 “언제 찍을 거예요?”라고 묻는다. 숀은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난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네. 그냥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네”라고 답변한다. 혹자는 사진가인 공룡 언론사의 생떼 “찍은 건 당신이지만 우리 거 할래” 이상엽 (사진가) 포르투갈의 사진기자 프란시스코 롱은 세계적인 통신사 AFP에서 14년 동안 일했다. 그런데 어느 날 AFP가 롱에게 “너의 사진은 단순한 사건 보도용으로 창의적이지도 독창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저작권의) 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될까? 요즘처럼 사진저작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는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더욱이 이 분쟁은 법정으로까지 가게 되었다.2019년 AFP를 퇴사한 롱은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는 도중 그 작품들에 대한 저작권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AFP의 사규로 사고 친 〈조선일보〉, 언론이 사진을 다루는 위험한 방식 이상엽 (사진가) 〈조선일보〉가 큰 사고를 쳤다. 불법 성매매 기사에 일러스트를 함께 실었는데, 조국 교수 부녀의 모습이 담긴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변요한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 일러스트가 자사 지면에 서민 교수가 쓴 ‘조민 추적은 스토킹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칼럼에 이미 실렸던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일러스트를 재활용한 것이다.이 사건에서 내가 궁금했던 점은 〈조선일보〉의 자사 이미지 라이브러리의 운영 방침이었다. 사건 직후 〈조선일보〉는 일러스트의 재활용을 금지하겠다고 했지 [사진세상]카메라가 부쩍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 이상엽 (사진가) 망치 하나와 루페(돋보기)만 갖고 걸어 다니는 지질학자, 삽과 줄로 한 장소에 끈질기게 붙어 있는 고고학자, 카메라를 든 채 걷고 머무르기를 반복하는 사진가는 공통점이 있다. 기록하거나 기록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그 기록을 해석해서 역사를 재구성한다. 지질학자는 47억 년 지구 역사를 지층을 통해 알아낸다. 고고학자는 고분을 발굴해서 문헌에 글로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해석한다. 사진가들은 도서관과 박물관, 심지어 개인의 앨범 등에 묻혀 있던 사진을 발굴해 그동안의 사회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사진 고고학’ [사진 세상]누구나 마음껏 찍을 수 있지만 민주적이지는 않은 이상엽 (사진가) 아버지 세대는 6월 하면 ‘전쟁’을 떠올린다. 내게 6월은 ‘민주주의’를 떠올리는 뜨거운 달이다. 1987년 이후 한 세대를 통과하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6월은 인상적인 사진 몇 장과 함께 당대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초중고 교과서에는 민주주의를 대변하듯 6월항쟁 사진들이 실려 있고 거의 매년 열리는 다양한 전시회에도 사진들이 등장한다. 사진은 수많은 구호와 연설, 성명서 문건들을 압도하는 상징성으로 6월의 민주주의를 대변하고 있다. 다만 사진은 민주주의 자체가 아니라 사건의 순간을 포착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 된다 [사진세상]조선 최초의 사진을 찍은 사람은 영국인이었다 이상엽 (사진가) 올해는 신미양요가 일어난 지 150년 되는 해다. 그리고 조선에 처음으로 사진이 등장한 지도 150년이 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조선의 첫 사진은 우리가 찍은 것이 아니라 외부인이 우리를 찍은 것이다. 바로 신미양요를 일으킨 미 해군을 따라 들어온 한 영국 사진가에 의해서다. 공식적으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조선이 등장한 것은 신미양요가 일어난 1871년 6월10일로부터 3개월이 흐른 뒤 미국 잡지 〈하퍼스 위클리〉의 지면에서다. 하지만 당시에 망판 기술이 없어서 인쇄에는 사진을 복제한 판화가 쓰였다. 바로 이 사진을 찍은 영국 사 ‘슬픈 사진’이 ‘아주 좋은 사진’인 이유 이상엽 (사진가) 요즘 오래된 필름을 정리 중이다. 정확히 직업 사진가가 됐던 1992년부터 서른 살이던 1996년까지다. 아무래도 젊은 시절이라서 뚜벅이로 어찌나 바쁘게 돌아다녔는지 필름이 수천 롤에 이른다. 오래전 사진들이라 지금 당장 급할 것은 없으므로, 코로나19 시대에 참으로 적당한 일감을 찾은 듯하다. 삼십 년 가까이 된 내 필름을 보는 감상은 ‘남의 것을 보는 느낌’이다. 기억도 잘 안 나고 지금과 스타일도 많이 달라 정말 남의 필름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내 것’이라는 감정 따위 없이 천천히 감상하고 쓸 만한 것을 아카이브 삼아 스캔 “사진 채색이 아니라 역사를 날조한 것이다” 이상엽 (사진가) 컬러필름이 없던 시절에도 컬러사진은 있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솜씨 좋은 화가들이 흑백사진 위로 채색을 해서 팔았다. 색깔은 사람이 입은 옷이나 소유한 물건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다. 컬러필름이 발명된 이후엔 사진에 색깔을 입힐 필요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 ‘사진 채색’은 21세기 들어 부활한다. 19세기의 흑백사진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색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잘 만들어진 채색 사진은 한 세기를 훌쩍 건너뛴 오늘날에도 방금 찍은 듯한 생생함을 전달해준다. 영화계에도 영향을 줬다. 20세기 초반의 흑백영화가 컬러영화 디지털 작품도 원본이 중요할까? 이상엽 (사진가) 일단 NFT가 뭔지부터 알아야겠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에 문외한인 사람은 NFT 역시 모를 가능성이 높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한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 ‘NFT 아트’는 이 기술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든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어떤 작품이 복제품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오리지널(원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이런 작품은 이더리움 형태로만 발행되고 암호 화폐로 사고판다. 이 부문에서 NFT만이 유일한 기술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 못 찍는 걸까, 못 찍는 척하는 걸까 이상엽 (사진가)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자 신분이었을 때 세계적 패션지 〈보그〉의 표지로 등장한 적이 있다. 여론이 보그를 향해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그의 얼굴을 너무 하얗게 표현했다는, 이른바 ‘화이트워싱’ 논란이다. 사진계의 반응은 좀 달랐다. ‘사진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충 늘어뜨린 것으로 보이는 분홍색 천 배경은 물론이고 스튜디오 인물사진에서 사용하지 않는 렌즈 화각으로 카멀라 해리스를 참으로 볼품없게 만들었다. 화이트워싱은 차치하고, 일단 사진을 너무 못 찍었다는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사진 에디터들이 식민지 유적 촬영에 열정 쏟았던 일본인의 사진 이상엽 (사진가) 요즘은 카메라를 메고 우리 산천을 걷는 것이 좋다. 그냥 자연보다는 인간이 만든 역사를 더 즐겨 찾는다. 강화도의 돈대를 찾았고, 경남 해안가의 왜성을 좇았다. 다 쉰이 넘어서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이 땅의 역사 유적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 기록을 소급하다 보면 반드시 〈조선고적도보〉를 만나게 된다. 일본인 사학자 세키노 다다시가 조선총독부의 촉탁으로 고적 조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기획했다. 20년 동안 총 15권으로 2000년간의 한반도 역사 유적을 사진으로 정리했다. 수록된 사진만 무려 6633장이다. 지금은 텍스트 넣으면 사진 나오는 세상 이상엽 (사진가) 19세기 초반 니엡스는 빛을 고정시키는 판화를 열망했다. 결국 그는 최초의 사진을 발명했고 우리는 그때와 별다르지 않은 사진을 여전히 찍고 내보인다. 하지만 사진의 내용은 한 차례 큰 변화를 거친다. 19세기 전통적인 사진이 사물의 재현에 집중했다면, 20세기 모더니즘 사진은 존재할 법하지만 상상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만 레이의 만들어진 사진이 그것이다. 이들 사진은 예술을 지향한 것이다. 하지만 빌렘 플루서가 지적했듯이 사진은 본질적으로 카메라라는 ‘장치’와 빛을 조절하는 ‘프로그램’, 이로 인한 인간의 불개입의 ‘자 ‘공부하는 사진가’가 느는 이유 이상엽 (사진가) 19세기 중반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과 교수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은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써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사진에도 재능이 있어서 24년간 앨리스를 닮은 듯한 소녀들의 초상 사진 2700장을 남겼다. 당대 전방위적 지식인의 전형이었을 터이다. 미국 뉴욕의 사진가 유진 리처드는 1990년대 중반, 동네 주민들의 코카인 중독을 취재한 사진집 〈코카인 트루 코카인 블루〉를 펴내면서 최고의 사회·인류학자라는 헌사를 받았다. 이런 평가에는 그의 탁월한 글쓰기 능력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 세계에서 하나뿐인 가짜 렌즈의 파장 이상엽 (사진가) 유리는 고대 모래밭에서 야영을 하며 불을 피우던 중동인들에 의해 가장 먼저 발명되었다지만 그릇이 아닌 광학으로서 유리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6세기, 우리가 잘 아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유리를 렌즈로 가공해 망원경을 만들어 목성을 관측했고, 폰 프라운호퍼는 그가 만들 고퀄리티의 프리즘으로 분광학이라는 학문을 개척했다. 광학유리가 사진에 도입된 지 이제 200년이 되어간다. 최근 과학계는 액상 렌즈나 나노 물질을 이용한 첨단 렌즈를 개발하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인류는 유리로 만든 렌즈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지난 한 세기 ‘사진인들의 천국’ 알리익스프레스 이상엽 (사진가) 최근 세계적인 사진 정보 사이트인 ‘페타픽셀’에 논쟁적인 리뷰가 하나 올라왔다. ‘369달러의 티티아티잔 대 4395달러의 라이카 마운트 50㎜ 렌즈 비교’라는 글이다. 중국제 티티아티잔의 50㎜ 렌즈와 독일제 라이카의 주미룩스를 비교했다.리뷰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격만 놓고 보면 라이카의 12분의 1에 불과한 티티아티잔 렌즈가 “가격에 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것이다. 댓글에서 라이카 사용자들은 매우 불쾌해한다. ‘감히 라이카를 중국제와 비교해?’하지만 라이카 사용자 중에서도 쾌재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필름이 안 팔리는 필름 카메라 시대 이상엽 (사진가) 요즘은 넷플릭스가 국민 채널이 되어가고 있다. 일단 영화나 드라마가 국내 시청자 톱10에 오르면 장안의 화제가 된다. 최근 그런 드라마가 있다. 미국에서 제작한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촬영된 현지 프랑스에서 악평을 받았는데도 승승장구했다. 우연히 이 드라마를 봤다. 에밀리를 상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소품 하나가 눈에 띄었다. 골동품 카메라 같은 모양의 폰케이스다. 에밀리는 이 폰케이스를 걸고 다니며 파리 곳곳에서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린다. 최첨단 기술의 산물인 아이폰을 감은 고풍스러운 폰케이스. 나는 이 ‘뉴트로 기술복제 시대의 ‘라이카’ 욕망 이상엽 (사진가) 요즘 뉴스나 SNS를 살펴보면 우리가 ‘짝퉁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짝퉁은 고가의 명품을 무단복제해서 만든 가짜 상품을 뜻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초고가의 핸드백에서부터 의류·시계·전자제품 등 전 산업 분야에 짝퉁이 존재한다. 문제는 발터 베냐민의 지적처럼 ‘원본의 복제품은 복제될수록 품질이 하락’해야 아우라가 사라지는데, 요즘 짝퉁은 S급, 미러 등으로 품질이 올라가면서 원본을 넘본다는 것이다. 아마도 대한민국 남자들 손목에 찬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는 90%가 가짜일 것이다.사실 20세기 초반 카메라 시장도 그랬다 택배 노동자 손목에서 쪼개지는 시간 이상엽 (사진가) 요즘 택배는 새벽에도 오고 한밤중에도 온다. 해 뜨면 기다리고 해 지면 포기하던 전과는 다르다. 택배는 24시간 분주히 오간다. 노동강도 역시 엄청나다. 심한 경우 하루 20시간 노동에 처리 물량도 200건을 넘긴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택배 왔다”라고 이야기할 시간도, “고생했다”라고 감사할 틈도 없다. 며칠 전에 ‘손석희 시계’로 유명한 카시오 전자시계를 택배로 주문했다. 2만원짜리 시계를 2500원에 택배로 받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방에 들어와 요즘 말로 ‘언박싱’을 한 후 초등학교 때 가져본 바로 그 시계를 손 자몽만 한 블랙홀, 이 카메라가 찍을까 이상엽 (사진가) 태양계에는 아직도 미스터리가 있다. 바로 아홉 번째 행성이다. 이미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퇴출됐는데 뭔 소리냐 하겠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해왕성 밖에서 명왕성급 왜소행성 10여 개가 더 발견되고, 이 별들의 공전궤도가 수상하다는 데 그 미스터리가 있다. 천문학자들이 계산해보니 지구 질량의 5~10배쯤 되는 ‘뭔가’가 거기 있다. 그런데 보이질 않는다. 최근 미지의 항성 X가 우주 초기 만들어진 원시 블랙홀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학계에 보고됐다. 아마도 블랙홀 특유의 ‘강착원반’이 빛을 뿜으니 초강력 카메라라면 그것을 찾을 수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