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7일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부산 지역 후보 선거 벽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27일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부산 지역 후보 선거 벽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하고 공약집을 발간했다. 추가 발표도 이어가고 있다. 양당을 중심으로 주요 공약을 들여다봤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 중 1위는 ‘경제·민생·물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농산물 물가가 오르면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3.1%를 기록했다. 3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할인이 적용된 대파 가격을 두고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당시 대파 한 단의 시중 가격은 4000원 내외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을 1인당 25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는 1인당 10만원을 더 주자고 했다. 총 13조원이 드는데,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라고 되물었고, 이재명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따른) 물가상승 피해보다 경제순환, 경기회복 효과가 더 크다”라고 반박했다.

“물가 대비 임금이 안 올라서 시민들의 가처분소득이 실질적으로 줄었다. 이런 ‘물가 전쟁’ 상황에서 소득을 보조하는 건 흔히 쓰는 정책이고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여기에 대고 인플레이션 우려만 하는 건 다소 교과서적 반응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가 말했다. “다만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준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코로나19 때는 워낙 급박해서 누가 소득이 줄었는지 분류할 시간이 없었지만, 지금은 (고물가로 더 타격받는 계층을) 선별해 지급할 수 있고 그 편이 더 효과적이다.”

물론 농산물 물가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시사IN〉 제861호 ‘두 알 1만원 사과 가격, 원인도 있고 대안도 있다’ 기사 참조). 고물가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로 사실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과 소비가 부진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긴축재정을 펴면서 불황기에 정부지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여지를 줄였다.

정부·여당이 재정지출을 전향적으로 늘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정책에 ‘총 900조원이 필요하다’(민주당 주장)고 하지만,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하는 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재정건전성에 부합하는 공약만 내놓은 건 아니다. 예컨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보자. 종전에는 수익을 얻든 손해를 보든 거래를 하면 내야 하는 ‘증권거래세’와, 매매로 수익을 얻은 사람 중에서도 대주주에게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가 있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증권거래세는 인하하되, 대주주 여부를 따지지 말고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5000만원 이상 소득(연간)에 금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는 인하되었고, 금투세는 시행 시기가 2023년에서 2025년으로 미뤄졌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증권거래세는 인하된 대로 두고 금투세는 없애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증세’를 되돌리는 거라고 주장한다.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와 금투세 폐지로 줄어들 세수는 연평균 약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세수결손은 56조원을 넘어섰다. 우석진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려면 줄어드는 세수를 어디서 확보할지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이 없다. 게다가 금투세를 폐지한다고 해서 주식부양 효과가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애초에 내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명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중 상위 1% 수준에 불과하다(〈시사IN〉 제854호 ‘주식시장에 등장한 윤석열식 낙수효과?’ 기사 참조). 한동훈 위원장은 이밖에도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생필품 같은 일부 품목에 한해 5%로 인하하겠다는 등 감세 공약을 이어갔으나, 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세수 마련 대책은 비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가가치세는 소득세, 법인세에 이은 3대 세목이다.

 

대파 875원이 촉발한 ‘물가 논쟁’

정부·여당의 긴축재정 기조는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극복에도 예외가 없어 보인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최저를 찍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아빠 출산휴가’ 1개월(유급)을 의무화하고 육아휴직급여 상한을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기업들에게 육아기 유연근무(재택근무, 원하는 시간 출퇴근 등)를 활성화하게 하고, 육아휴직 중인 동료의 일을 대신하는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수당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재원은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다. 추가 재정이 들지 않는 방식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저출산 정책은 대규모 현금·현물 지원으로 요약된다.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자녀 수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깎아주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또한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월 20만원씩 아동수당을, 월 10만원씩 펀드 계좌 입금을 지원한다. 민주당은 앞서의 1억원 대출과 아동수당·펀드를 합해 ‘출생 기본소득’이라고 명명했다. 2자녀 가구에 24평, 3자녀 가구에 33평짜리 분양전환 공공임대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저출산 공약을 이행하는 데 연간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23조원이 든다면서도, 이를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과 ‘국가재정 연간 총수입 증가분’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규모 증세나 국채 발행 없이 이런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펴낸 〈경제전망 보고서〉는, 한국의 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지출 규모가 OECD 34개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 저출산의 원인이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측면의 ‘불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구밀도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 16개 시도별 패널자료 분석 결과, 인구밀도가 높고 아파트 전세 가격이 비싼 지역일수록 합계출산율이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저출산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수도권 집중의 완화를 위해 양당은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을까? 대체로 혼란스럽다. 양당 모두 GTX로 대표되는 광역교통망 신설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혜택을 보는 지역이 대부분 수도권이라 수도권 집중을 강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아예 김포·구리·하남 등 경기 일부 지역을 주민들 의견에 따라 서울로 편입시켜 ‘메가 서울’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서울은 언제나 ‘너무 커서 문제’였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글로벌 대도시와 경쟁하기 위해 서울이 ‘더 커져야 한다’는 논리가 사실상 처음으로 ‘대놓고’ 제시되었다. 2020년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한 데 따른 현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28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28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것이다”라던 한동훈 위원장은 총선을 2주 앞둔 3월27일에는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을 공약했다. 지난해 10월 국회가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중 12개와 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를 세종시로 옮기기로 결정했는데, 아예 완전히 옮기는 게 “행정 비효율 해소, 국가 균형발전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면 75m 고도 제한을 풀어 여의도 일대를 적극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 이전은 “지금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야당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김포 서울 편입’과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병행 추진을 어떻게 봐야 할까?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학)는 “전체 수도권을 놓고 어떻게 주민 불편을 해소할지 논의해야지, 한 구역씩 ‘땅따먹기’ 하자는 식의 ‘메가 서울’은 메가시티의 문제의식과 거리가 멀다. 여러 지방정부가 각자도생하기보다는 광역 단위를 넘어 협력하자는 게 메가시티의 핵심이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주장한 게 이른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다.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되, 서울에 대항할 ‘다른 대도시’를 비수도권에 만들자는 전략이다. 3월25일 경남 창원을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의 ‘메가 서울’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가속화한다”라며, 지지부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부울경(동남권) 메가시티를 비롯한 5대 초광역권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마강래 교수는 한동훈 위원장의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공약이, 전국 각지에서 초광역 협력권을 구축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라고 본다. “대통령실을 포함해 수도 이전 논의까지 가야 한다. 물론 국회만 옮긴다고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과 부울경을 잇는 중간 지점에 세종시가 위치한 만큼, 국회 완전 이전은 전국 각지의 메가시티를 연결하는 큰 그림을 그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저출산의 두 축, 수도권 집중과 일자리 경쟁

앞서 한국은행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된 것이 저출산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짚었다.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할 방법은 양당이 극명히 갈린다.

민주당은 중소기업 사업주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하청 노동자들이 납품단가나 가맹비, 임금 등 노동조건을 원청 대기업과 직접 교섭(논의)할 수 있게 관련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지금은 원청 대기업 소속 노동자만 해당 기업과 교섭할 수 있는데 그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일명 ‘노란봉투법’과 일맥상통한다. 민주당은 또한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법으로 포섭하고 ‘최저보수제’ ‘고용·산재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노동시간 제한이나 연차휴가 등 근로기준법 일부가 적용되지 않는데,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겠다고도 했다. 대체로 노동시장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과 제도가 역할을 하게 하는 방향인데, 모두 실제 적용 방식을 둘러싸고 치열한 토론이 불가피한 내용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27일 충북 제천시 동문시장에서 대파를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27일 충북 제천시 동문시장에서 대파를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은 법과 제도보다는 노사 자율에 방점을 찍는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전체’가 아니라 공휴일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그나마도 노·사·정 대화를 통해 추진한다. 지난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기 시작한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안전보건체계를 마련하도록 지원하되 그때까지 ‘관련 규제를 유예’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공약에서 노동시장 격차 해소 관련 공약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으로 ‘외국인 고용 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내용 정도가 눈에 띈다. 국민의힘은 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겠다며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을 공약했다.

고령화가 본격화되는 한국 사회 핵심 의제 중 하나는 법정 정년 연장이다. 현재 60세인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늦춰져 2033년부터 65세가 될 예정이다. 연금 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을 맞춰가야 하지만, 특히 대기업에서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민주당은 ‘중소·영세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을 연장’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60세를 넘긴 노동자를 다시 고용하거나 정년을 연장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만 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다.

총선 때는 지역구 후보자에게 한 표, 정당에 한 표를 찍는다. 양당의 위성정당을 제외하고 비례대표 정당 투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조국혁신당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와 ‘검사장 직선제’ 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이선균법’ 제정 등 검찰개혁 관련 공약을 1호로 내세웠다. 의대와 로스쿨의 사회배려·지역균형선발 비율을 최소 30%로 확대하고, 예산편성에서 기획재정부가 아닌 국회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은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 직렬 신규 여성 공무원의 병역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는 대신 연 12만원 교통바우처를 지원하고, 국공립대는 정시 100%로 선발하자는 등의 공약도 냈다. 녹색정의당은 ‘월 1만원 기후패스 도입과 2030년 무상교통 달성’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녹색정의당은 차별금지법,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기본 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을 ‘동의 여부’로 대체하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확대 등을 공약했다(민주당은 10대 공약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포함했다가 “실무자의 착오였다. 당내 이견이 있다”라며 취소했다). 녹색정의당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일할 때 벌던 소득을 은퇴 뒤 연금 수급액이 대체하는 비율을 뜻하는 ‘소득대체율’도 강화하는 ‘더 내고 더 받기’ 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1% 이상인 정당 중에서 유일하게 구체적인 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까지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로 유지하는 ‘더 내고 그대로 받기’다. 새로운미래는 대통령 결선투표제도 공약했다. 민주당 역시 결선투표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공약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헌법 제44조에 명시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의원 정수를 현 300명에서 250명으로 축소하고, 국회의원 보수를 중위소득(한국 전체 가구소득을 높은 순으로 줄 세울 경우 정중앙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 2022년 통계청 기준 연 5362만원) 수준으로 삭감하겠다고도 했다. 2022년 국회의원 보수는 1억5426만원이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