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계의 ‘자유계약선수(FA)’ 제도는 지독한 역설이다. 프로야구에서 9시즌을 채워 FA 자격을 얻은 선수라 해도, 말 그대로 ‘자유롭게’ 모든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FA를 데려가려는 구단은 원 소속구단에 해당 선수 연봉의 300%를 주거나, 연봉의 200%에다 원 소속구단이 요구하는 비보호선수 한 명을 얹어 주어야 한다. 

초일류 선수가 아닌 보통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선수 한 명과 큰돈을 내줄 구단은 없다. 그렇다보니 일반 선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 소속구단과 재계약하거나, 심할 경우 ‘괘씸죄’로 계약 제시를 받지 못해 강제 은퇴를 당하기도 한다.

한화이글스 포수였던 이도형 선수(36)가 지난해 FA 신청을 했다가 당한 일이 그랬다. 2005년 22홈런을 치기도 했던 ‘쏠쏠한 거포’였지만, 배트가 무뎌진 그가 FA를 신청하자 구단은 어떤 계약도 제시하지 않았다. 보상 제도 때문에 다른 구단과 계약할 길도 막히자 이 선수는 은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다들 눈치만 보던 일에 ‘총대’를 멨다. 그는 2월15일 FA 제도 독소조항에 문제를 제기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야구규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좁은 한국 야구판에서 구단에 밉보였다가 코치직까지 얻지 못할 수 있지만, 그는 “잘못된 거니까 바로잡아야 한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자유계약 제도’가 직장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막힌 역설을 날려버리는 풀스윙, 이도형이 선택한 마지막 타석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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