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휘리아 직업학교의 주요 주주는 지방자치단체다.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 휘리아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휘빈캐 시의 교육문화 담당 이사 펜티 할로넨 씨와 주식회사 휘리아의 CEO 야르노 투이말라 씨를 만나 핀란드 직업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주식회사로 구성된 휘리아의 주요 의사 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할로넨(할):휘리아도 주주 간 갈등이 존재한다. 휘빈캐, 리히매키, 로피, 하우스얘르비 등 4개 지역이 주요 주주인데, 지역 간 갈등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투이말라 씨는 지역 주주 간 갈등을 조절하고, 나는 휘빈캐 내 의회와의 갈등을 조절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주요한 의사 결정을 진행하고 있다.
 

ⓒ시사IN 김동인휘리아 CEO인 야르노 투이말라 씨(왼쪽)와 휘빈캐 시 교육문화 담당 이사 펜티 할로넨 씨(오른쪽).


핀란드 직업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러닝(Learning)’과 ‘티칭(Teaching)’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알맞은 직업을 선택하느냐다. 선생님의 임무는 ‘티칭(가르침)’이 아니라 학생들의 ‘러닝(배움)’을 도와주는 것이다. 핀란드 직업교육은 이 부분을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내걸고 있다.

직업교육에 대한 정책을 결정할 때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어떻게 나누나?

:중앙에서는 큰 방향을 결정하고, 지자체는 이를 현실화하는 일을 한다. 교육부(The 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는 좀 더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고, 세부 운영에 대해서는 교육청(The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이 지시한다. 교육청과 긴밀한 협조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투이말라(투):핀란드 교육은 지자체의 재량권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교육법 자체가 워낙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자체의 재량권도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핀란드에서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한국의 경우 대학 진학을 위해 문과에 가려는 경우가 많다.

:핀란드 부모들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직업교육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금 상황은 오히려 인문계 고등학교가 걱정이 될 정도다. 학생이 직업교육을 선택하더라도 야간과정을 함께 이수하거나, 추가 교육을 이수하면 일반 인문·자연계 고등학생과 동등하게 대입 시험을 치를 자격을 얻는다. 핀란드 학생 중 약 7%는 이렇게 학교 두 곳을 함께 다니고 있다.

독일·네덜란드·스웨덴과 비교했을 때 핀란드 직업교육의 장점은 무엇인가?

:교사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스웨덴과 달리 핀란드는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다. 교사가 되려는 사람도 많다. 독일도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기로 유명하지만, 핀란드는 독일에 비해 교사의 재량권이 더 폭넓고, 자격 요건은 더 까다롭다. 독일에서는 직업 경력만 갖춰도 되지만, 우리는 직업 경력과 선생님 자격을 둘 다 갖춰야 한다.

핀란드에서도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직업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고 보나?

:두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는 실습 강화다. 핀란드에서는 ‘이론’을 확실하게 배우고 실습해야 한다는 전통이 있었다. 앞으로 실습이 조금 더 강조된다면 졸업 시 확실한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독일의 전통을 상당 부분 배워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기업의 참여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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